여행일: 2025년 6월 8일
이탈리아 여행 -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을 관람하다
여행일: 2025년 6월 7일 컨퍼런스 기간 중 둘러본 마스트리히트컨퍼런스 전에 둘러 본 암스테르담 - 국립미술관 & 고흐 미술관여행일: 2025년 6월 1일루트: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 반 고흐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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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포스트에서 이어집니다.)
이날은 밀라노를 떠나 먼저 베르가모로 향했다. 베르가모(Bergamo)는 밀라노에서 북동쪽으로 약 50km 떨어져 있어 기차를 이용해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은 도시다. 이곳은 중세 성벽으로 둘러싸인 ‘시타 알타(Città Alta, 상부 도시)’와 현대적인 ‘시타 바사(Città Bassa, 하부 도시)’로 나뉘며, 주요 관광지는 대부분 시타 알타에 모여 있다.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맡기고 시타 알타로 향했다.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무더운 날씨를 감안해 푸니쿨라(케이블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푸니쿨라 역까지는 도보로 약 20~30분 정도 걸렸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니라서인지 베르가모는 예상보다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푸니쿨라 표는 현장에서 바로 구매할 수도 있지만, 역에 안내된 앱을 통해서도 쉽게 살 수 있다. 표 한 장으로 75분 동안 푸니쿨라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앱 구매를 추천한다. 특히 시타 알타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일부 푸니쿨라 역에서는 현장 구매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고, 앱을 사용하면 남은 유효 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훨씬 편리하다.
가파른 경사를 오르는 푸니쿨라는 언제나 즐겁다. 좋은 자리를 차지해 보려 애썼지만, 아쉽게도 운이 따라주지는 않았다.

푸니쿨라를 타고 도착한 시타 알타에는 중세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이었다. 12세기에 지어진 이 성당은 외관은 비교적 소박하지만, 바로 그 점이 베르가모라는 산 위의 아담하고 조용한 도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베르가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험 중 하나는 성곽길을 따라 걷는 산책이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시타 바사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진 주홍빛 지붕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 같았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시타 알타에서 푸니쿨라를 한 번 더 타면 더욱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곳에서 다시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 베르가모 구시가지의 전경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날씨는 무더웠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기분 좋은 산책이 되었다.

베르가모 관광을 마치니 어느덧 오후 3시 반쯤이었다. 오전 9시 반에 역에 도착했으니, 약 6시간 동안 도시를 둘러본 셈이다. 나는 다음 방문지인 파도바로 향하기 위해 다시 기차에 올랐다. 베르가모에서 파도바까지는 직행 열차가 없어 중간에 한 번 환승해야 했고, 파도바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오후 7시였다.
파도바는 일반적인 여행 코스에서 자주 빠지곤 하지만, 내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지오토 디 본도네의 걸작, 스크로베니 성당의 벽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스크로베니 예배당은 반드시 미리 예매를 해야한다.(생각보다 예매가 빡쎄진 않다.) 예매는 아래의 링크에서 할 수 있다.
https://cappelladegliscrovegni.vivaticket.it/?Language=ENG
cappelladegliscrovegni.vivaticket.it
링크에 접속하면 세 가지 티켓 옵션이 제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야간 티켓, 화요일~일요일 티켓, 월요일 티켓이다. 화요일~일요일 티켓에는 스크로베니 예배당 외에도 파도바의 다른 관광지인 주커만 궁과 에레미타니 시민 박물관 입장권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월요일에는 주커만 궁이 휴관이기 때문에 해당 티켓에서는 제외되며, 가격도 더 저렴하다. 따라서 스크로베니 예배당만 관람할 예정이라면 월요일 티켓을 선택하거나, 시간이 허락한다면 조용한 분위기의 야간 티켓을 이용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참고로, 야간 티켓의 경우 관람 시간이 20분으로, 일반 티켓(15분)보다 약간 더 여유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전체 관람 시간은 매우 짧은 편이기 때문에, 미리 내부 사진이나 해설을 참고하고 가면 더 알차게 감상할 수 있다.

나는 도착 시간이 늦을 것을 감안해 미리 야간 티켓을 예매해 두었다. 입장 시간은 오후 9시였고, 약 15분 일찍 도착해 카운터에 티켓을 제시하자 예배당 입구 앞에서 대기할 수 있도록 안내받았다. 입장 시간이 되면 먼저 영어로 된 해설 영상을 시청하게 되는데, 짧은 관람 시간 동안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배경지식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스크로베니 예배당(Cappella degli Scrovegni)은 이탈리아 고딕 미술의 대표적인 걸작 중 하나로, 지오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가 1303년부터 1305년까지 벽화를 그린 장소다. 지오토는 중세 미술의 형식적인 양식에서 벗어나 인간의 감정과 입체감을 표현한 최초의 화가로 평가받으며, 이 예배당의 벽화는 르네상스 회화의 출발점으로 여겨진다.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생애를 주제로 한 38개의 프레스코화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구성과 사실적인 인물 표현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오늘날에도 미술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직접 마주한 스크로베니 예배당은 책에서 보던 것 이상으로 감동적이었다. 별이 수놓인 푸른 천장은 천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양 옆 벽면을 가득 채운 프레스코화는 이 공간을 지오토가 얼마나 치밀하게 구상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벽화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익숙한 장면을 찾아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특히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인물들이 그려진 아래의 장면에서는 입체감과 감정 표현이 잘 드러나 있어, 왜 지오토가 르네상스의 아버지라 불리는지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예배당 뒷면 위쪽 벽면에는 지오토의 〈최후의 심판〉이 그려져 있다. 중앙에 앉은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천국으로 향하는 구원자들이, 오른쪽에는 지옥으로 끌려가는 죄인들의 모습이 극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특히 지옥 장면에서는 혼란과 고통, 그리고 인물들의 다양한 표정을 통해 지오토의 탁월한 관찰력과 상상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악마들을 마치 푸른 도깨비처럼 묘사한 표현은 특히 인상 깊게 남았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스크로베니 예배당은 정말 한 번쯤 꼭 방문해볼 만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지오토의 작품 세계를 가장 가까이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야간 개장의 경우 은은한 조명이 잘 들어와 작품을 감상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오히려 그 조명이 예배당 특유의 엄숙한 분위기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관람객 수도 적어 한결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던 점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예배당 관람이 끝난 후, 늦은 시간이었지만 파도바 라는 도시를 좀 더 알고 싶어 야간 산책을 하였다. 산책을 하는 길에는 정말 많은 상점들과 레스토랑이 좁은 길에 가득 했다. 이 좁은 길을 통과하다보면, 갑자기 공간이 탁 트이는데, 여기서 성 안토니오 성당을 마주하게 된다. 이 성당은 프란치스코회 수도사였던 성 안토니오(Sant’Antonio di Padova)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늦은 시각이었기에 나는 내부 관람은 못 하고 외부만 한바퀴 돌아보았다.
원래 성당 앞 광장에는 르네상스 조각의 거장 도나텔로가 제작한 가타멜라타 장군의 청동 기마상이 서 있어야 했지만, 내가 방문한 시점에는 아쉽게도 보수 작업 중이라 천막에 가려져 볼 수 없었다.

성 안토니오 성당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프라토 델라 발레(Prato della Valle)라는 광장이 펼쳐진다. 타원형 모양의 이 광장 중앙에는 인공 섬과 분수가 자리하고, 그 주변을 따라 흐르는 수로와 이를 둘러싼 석상들이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은은한 조명 아래 이 광장을 천천히 한 바퀴 돌다 보면, 괜스레 감성마저 차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루에 두 도시를 돌아본 다소 바쁜 일정이었지만, 오래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스크로베니 예배당을 직접 마주할 수 있어 무척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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