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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 - 밀라노에서 보는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skypainter 2025. 9. 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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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 - 시에나와 피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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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포스트에서 이어집니다.)

여행일: 2025년 6월 14일

이 날은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오후 6시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나는 오전부터 서둘러 움직였다. 가장 먼저 개관 시간에 맞추어 스포르체스코 성을 찾았다. 그곳에는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걸작인 론다니니 피에타가 전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론다니니 피에타 - 미켈란젤로

 

론다니니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생애 마지막까지 손을 대었던 미완성 조각으로,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의 몸을 지탱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전의 피에타들과 달리 인체의 비례가 완벽히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거칠고 불완전한 형태 속에서 고통과 초월의 감정이 한층 강렬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가 노년에 추구했던 영적 깊이와 예술적 집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전시실에는 오직 론다니니 피에타 한 점만이 놓여 있었는데, 오히려 그 텅 빈 공간이 작품과 잘 어우러졌다. 고독하게 서 있는 조각 앞에 서자, 말년의 미켈란젤로가 겪었을 고뇌와 쓸쓸함이 한층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론다니니 피에타 - 미켈란젤로

 

이후에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입장권에 포함된 고대 미술 박물관을 가볍게 둘러보았다. 촉박한 일정 탓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지만, 예상보다 다양한 전시물이 있어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고대 미술 박물관

 

박물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스포르체스코 성 자체도 자연스럽게 둘러볼 수 있었다. 스포르체스코 성은 15세기 밀라노의 군주였던 프란체스코 스포르차가 세운 성으로, 이후 수세기에 걸쳐 요새이자 권력의 상징으로 활용되었다. 현재는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품부터 고대 유물까지 다양한 전시를 품고 있다. 웅장한 성곽과 넓은 안뜰은 당시 밀라노의 정치적·군사적 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금은 시민들과 여행객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았다.

 

스포르체스코 성

 

이후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걸작 '최후의 만찬'을 보기 위해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으로 향했다. 이곳은 예약이 필수일 뿐 아니라 경쟁이 워낙 치열해 티켓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6월 관람 티켓이 열리는 날, 예약 사이트에 접속해 오픈과 동시에 간신히 예매할 수 있었다. 관람 당일에는 입장 30분 전까지 티켓 오피스를 찾아가 여권과 함께 예매 내역을 제시해야 했다.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티켓 오피스에서 확인을 받고 입구에서 잠시 대기한 끝에 마침내 입장할 수 있었다. 관람 인원을 철저히 제한하기 때문에 비교적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최후의 만찬을 감상할 수 있었다. 다만, 관람 시간은 딱 15분으로 꽤 짧은 편이다.

 

최후의 만찬 - 레오나르도 다 빈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1495년부터 1498년 사이에 그려진 벽화로, 예수가 제자들에게 자신이 곧 배신당할 것을 알리는 순간을 담고 있다. 다 빈치는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과 동작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극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냈으며, 소실점을 예수의 머리 뒤에 두어 시선을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모이게 하는 뛰어난 구도를 선보였다.

특히 그는 전통적인 프레스코 기법 대신 마른 벽에 유화와 템페라를 혼합하는 실험적 기법을 시도했다. 이 덕분에 색감과 세부 표현이 한층 풍부해졌지만, 안료가 벽에 제대로 스며들지 못해 제작 직후부터 빠르게 손상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최후의 만찬은 수많은 보존과 복원을 거친 결과물이지만, 여전히 인물들의 표정과 장면이 주는 압도적인 울림은 생생하게 다가왔다.

 

최후의 만찬 -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후에는 밀라노 두오모로 가서 테라스에 올랐다. 두오모 테라스 역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티켓은 계단 또는 승강기를 이용해 올라갈지 선택해야 하는데, 나의 경우 날도 더운 만큼 승강기를 이용해 올라가기로 했다. 참고로 내려갈 때는 반드시 계단으로 내려가야 한다.

 

밀라노 두오모 테라스

 

밀라노 두오모의 테라스는 성당의 하얀 대리석 지붕과 숱한 첨탑, 정교하게 조각된 고딕 양식 장식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수많은 성인상과 섬세한 부조들이 숲처럼 빼곡히 늘어서 있는 풍경은 마치 거대한 조각 정원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테라스에 오르면 밀라노 시내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성당 내부에서 느끼는 장엄함과는 또 다른, 하늘과 맞닿은 듯한 개방감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이날은 날씨가 너무 더워, 아름다운 풍경에도 불구하고 오래 서 있기에는 쉽지 않았다.

 

밀라노 두오모 테라스

 

더위를 이기지 못해 꽤 빠른 속도로 테라스를 둘러본 뒤 계단을 내려왔다. 내려오면 자연스럽게 성당 내부로 이어지는데, 그 순간 웅장한 고딕 양식의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직으로 치솟는 기둥과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분위기는, 테라스에서 느낀 개방감과는 또 다른 장엄함을 전해주었다. 나는 더위를 식히며 잠시 성당 내부에 앉아 지친 몸을 쉬어갈 수 있었다.

 

밀라노 두오모 내부

 

이렇게 밀라노를 마지막으로, 나의 이번 이탈리아 여행은 막을 내렸다. 여행의 주제가 르네상스였던 만큼, 이번 여정은 그 정수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미켈란젤로와 다 빈치, 그리고 수많은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들을 따라가며, 르네상스가 단순한 예술 양식이 아니라 삶과 정신 전체를 바꿔 놓은 거대한 흐름이었음을 체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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