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 2023년 12월 8일
이 여행의 테마가 단풍이기는 하지만, 너무 단풍만 찾아다니는 것은 여행을 단조롭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이날은 작은 일탈로 비와호를 보러 가기로 하였다. 가장 먼저 우리는 비와호 안에 세워진 시라히게 신사의 도리이를 보기 위해 출발하였다.
시라히게 신사에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타고 오미-타카시마 역에서 내려야 한다. 이후 신사까지 걸어갈 수도 있지만, 거리가 꽤 있어서 우리는 역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자전거를 빌릴 때 받은 지도를 보면서 10분 정도 가면 시라히게 신사에 도착할 수 있다. 시라히게 신사(白鬚神社)는 일본 시가현 비와호(琵琶湖)의 서쪽 호숫가에 위치한 고대 신사로, 약 19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 신사는 특히 호수 위에 세워진 붉은 도리이(鳥居)로 유명한데, 그 모습은 히로시마의 이츠쿠시마 신사와 비슷하다. 일출과 함께 도리이와 비와호의 풍경이 어우러진 경치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진 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
호숫가 쪽에는 고속도로가 있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도리이를 가까이서 보기는 어렵다. 대신 신사에 설치된 전망대에 올라가 도리이를 감상할 수 있다. 우리는 전망대에서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호숫가로 통하는 작은 굴다리를 발견하여 자전거를 잠시 세워 두고 호숫가로 내려가 더 가까이에서 도리이를 구경하기도 했다.
원래는 다음 여정으로 비와코 테라스를 가려고 했으나, 보수 공사 때문인지 폐쇄되어 있었다. 그래서 다시 교토 시내로 돌아왔으며,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교토 단풍 여행의 마무리를 위해 에이칸도 젠린지(永観堂 禅林寺)를 방문하기로 하였다.
에이칸도 젠린지(永観堂 禅林寺)는 교토에 위치한 유명한 불교 사찰로, 일본 정토종 사원 중 하나이다. 가을철 단풍 명소로 잘 알려져 있어, 이날도 관광객들이 꽤 많았다.
결과적으로, 에이칸도 젠린지를 방문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곳은 마치 이번 단풍 여행의 절정을 장식하는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단풍나무 숲을 걸으며 위를 올려다보면, 햇살을 머금고 붉게 타오르는 단풍잎들이 마치 하늘을 수놓은 붉은 비단처럼 펼쳐져 있었다. 연못에 비친 단풍으로 물든 산의 모습 또한 멋졌다. 나와 친구는 폐장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마지막으로 교토의 단풍을 만끽한 후 숙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