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 2024년 5월 3일
이 날은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예약한 남부 투어를 하는 날이었다. 집합 시간이 오전 6시 50분이라 아침부터 서둘러서 준비했다. 집합 장소에서는 인원을 체크한 뒤, 수신기를 받고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투어 버스에 올랐다.
투어의 시작은 세븐시스터즈라는 영국 남부의 흰 해안 절벽이었다. 세븐시스터즈는 브라이튼과 이스트본 사이에 길게 자리잡고 있는데,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벌링 갭(Birling Gap)이라는 곳이었다. 절벽의 모양이 마치 7명의 수녀가 서 있는 것 같아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내 눈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절벽이 흰 이유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푸른 하늘 아래 하얀 절벽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하늘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고 잿빛 구름만을 보여주었다. 비록 날씨가 받쳐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백악의 절벽과 그 위로 펼쳐진 푸른 목초지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참고로 바람이 엄청 강하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 정말 이 절벽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는 바람이었다.
투어의 좋았던 점 중 하나는 가이드님께서 상당히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어주신다는 것이었다. 혼자 여행을 다니는 나에게는 사진을 찍는 일이 항상 고민인데, 이렇게 열심히 찍어주시니 굉장히 고마웠다. 특히, 포즈까지 잡아 주셔서 정말 좋았다. 덕분에 좋은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씨포드(Seaford) 근처의 쿠크미어 해븐(Cuckmere Haven)이었다. 이곳에서는 이전과는 반대 방향에서 세븐시스터즈를 볼 수 있다. 주어진 자유시간 동안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나는 조금 서둘러서 해안가까지 내려가 세븐시스터즈를 감상하였다. 자갈 해변에서 파도와 함께 감상하는 세븐시스터즈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해 주었다.
세븐시스터즈 관광이 끝난 후, 잠시 알프리스톤(Alfriston)이라는 작은 마을을 방문했다. 여기서는 약 40분의 자유 시간이 있었는데, 사실 마을 자체에는 볼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다른 분들은 서점이나 펍 등을 구경하신 것 같았지만, 나는 스콘에 홍차 한 잔을 하며 여유를 즐겼다.
투어의 마지막 목적지는 브라이튼(Brighton)이었다. 브라이튼은 영국의 부산 같은 곳이라고 하는데, 휴양 도시의 느낌이 강하게 났다. 이곳에서 상당히 긴 자유시간을 받았는데, 쇼핑에 관심이 없는 나는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시내에는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들이 많았다.
브라이튼에는 로열 파빌리온(Royal Pavilion)이라는 19세기 궁전이 하나 있다. 조지 4세의 명으로 개보수된 별장이자 파티장이라고 한다. 생긴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인도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영국의 도심 한가운데에 인도식 건축물이 있으니 뭔가 어색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입장료가 비싸고, 나 자신이 로열 파빌리온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내부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시내를 어느 정도 둘러본 뒤에 나는 해변가로 향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곳은 팰리스 피어(Palace Pier)였다. 이곳은 부두 뒤로 지어진 놀이공원으로, 안쪽에 오락실과 여러 놀이기구 등이 있다. 하지만 나는 관심이 없었기에 아래로 내려가 해안가를 거닐면서 영국해협을 감상했다. 날씨도 갑자기 맑아져서 바다를 감상하기에 정말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쇼핑을 좋아하지 않고, 자연 경관이나 유적을 좋아하기 때문에 알프리스톤이나 브라이튼은 내게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