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생활/여행 로그

단풍을 찾아 떠난 교토 여행 - 은각사와 기요미즈데라

skypainter 2024. 10. 4. 13:04
반응형

여행일: 2023년 12월 3일 ~ 4일

크리스마스 연휴에 휴가를 붙여 한국을 방문하기로 하였는데, 해외에서 박사 과정을 하고 있는 나의 여행 메이트가 한국에 가는 김에 함께 일본 여행을 하자고 꼬드기면서 시작된 여행이다. 나는 이미 10번이 넘게 일본을 방문하였기에 처음에는 시큰둥하였으나, 친구가 제시한 이번 여행의 테마인 단풍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단풍과 함께 보는 일본의 고즈넉한 사찰들은 내가 항상 보고 싶어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대부분 도쿄로 들어가기 때문에, 도쿄가 이번 여행의 시작점이 되었다. 나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친구와 합류하기로 한 롯폰기의 호텔로 이동하였다. 오랜만에 마주한 도쿄의 분위기는 여전히 마음에 들었다. 

 

롯폰기의 도쿄 타워

 

친구와 나는 무사히 합류하였고,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길을 걸으며 단풍놀이를 하기 위해 바로 메이지 진구로 향하였다. 메이지 진구에는 단풍놀이를 즐기기 위해 모인 인파들로 가득하였다. 이미 해는 졌으나,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노란 은행잎들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오히려 조명 덕분에 은행잎이 반짝여 낮보다 더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일본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간단하게 마무리하였다.

 

메이지 진구의 은행나무

 

다음 날 우리는 곧바로 교토로 이동하였다. 도카이도 신칸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패스는 비싼 전국 레일 패스밖에 없기도 하고, 여행 중 가나자와도 방문할 계획이었기에 우리는 호쿠리쿠 아치 패스를 구매하여 호쿠리쿠 신칸센을 이용해 도쿄에서 관서로 이동하였다. 도카이도 신칸센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지만, 도야마의 눈 덮인 산과 비와호 등을 볼 수 있어 눈이 지루하지 않았다.

 

교토로 이동하면서 본 비와호의 풍경

 

그리고 내가 일본 기차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인 에키벤도 잊지 않고 챙겼다. 나는 항상 지역 특산품이나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에키벤을 선택하는 편이다.

 

에키벤

 

교토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내가 교토에서 가장 좋아하는 은각사(긴카쿠지)였다. 교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금각사의 화려함을 떠올리지만, 나는 은각사의 고즈넉함을 더 좋아한다. 예전에는 여름에 방문했었는데, 가을의 단풍과 함께하는 은각사는 어떨지 정말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역시 은각사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청명한 하늘 아래 살짝 투박하면서도 고즈넉한 은각사와 노랗고 붉은 단풍들은 정말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은각사
은각사

 

은각사 뒤의 정원에는 단풍나무가 가득하였다.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들리는 사박사박 하는 소리와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에 단풍잎이 스치는 소리가 어우러져, 고즈넉한 은각사의 정원은 정말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었다. 이런 차분한 환경이라면, 어떤 고민이 있더라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은각사의 단풍

 

은각사에서 버스를 타고 교토의 대표 명소중 하나인 기요미즈데라 쪽으로 이동하였다. 교토를 대표하는 거리인 산넨자카와 니넨자카를 지나 기요미즈데라로 향하는 길은 관광객들로 가득하였다. 중간중간 군것질도 하며, 야사카의 탑 등 여러 오래된 건축물들을 구경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요미즈데라에 도착하게 된다.

 

야사카의 탑

 

기요미즈데라 주변에는 단풍나무가 정말 많았다.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면 온통 붉은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기요미즈데라가 붉은 호수 위에 떠 있는 배처럼 느껴졌다. 여기에 석양까지 더해지니 온 세상이 주홍빛으로 물든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가을의 기요미즈데라는 정말로 추천할 만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기요미즈데라의 단풍
기요미즈데라의 단풍

 

기요미즈데라에 도착한 시간이 해질녘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기요미즈데라에서 일몰을 보고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사진으로 완벽하게 남길 수는 없었으나, 노을빛에 물든 기요미즈데라와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노을과 함께 하는 기요미즈데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