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 2023년 12월 5일
이날은 교토 북서쪽 외곽에 위치한 아라시야마로 향하며 일정을 시작했다. 날은 흐렸지만, 기온이 선선해 단풍놀이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버스를 타고 아라시야마에 도착하니,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든 산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강을 따라 펼쳐진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지 않아 강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강을 따라 걸으며 본 아라시야마의 단풍은 정말 멋지고 운치 있었다. 짙은 녹색의 강물과 새빨간 단풍잎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그 아름다움에 감탄을 자아냈다.
강을 따라 걷다 보니 아라시야마 유사테이(嵐山遊竜亭)에 도착했다. 이곳은 교토 아라시야마 지역에 위치한 전통적인 다실로, 고즈넉한 일본 정원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장소이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지문 하나 묻지 않은 반짝이는 테이블을 다다미 방에 배치해, 정원의 풍경이 테이블에 반사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방문객들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 뒤, 테이블 위에 카메라나 휴대폰을 살포시 올려놓고 아름다운 반사 사진을 찍는다. 재미있는 점은, 다음 사람의 차례가 오기 전에 일하시는 분이 손수건으로 테이블을 닦아 광을 내준다는 것이다. 나도 이곳에서 여러 장의 독특한 사진을 촬영하며, 가을의 아름다움을 사진 속에 담았다.
건물 밖으로 나와서도 곳곳에 물을 채워 넣은 탁자 같은 구조물이 있어, 물에 비친 단풍나무를 촬영할 수 있었다.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된다.) 입장료가 다소 비싸긴 했지만, 멋진 사진을 여러 장 남길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다.
아라시야마 치쿠린(嵐山竹林)은 교토 아라시야마 지역에 위치한 유명한 대나무 숲으로, 양옆으로 우거진 높고 빽빽한 대나무들 사이에서 자연의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끼며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장소이다. 바람이 불 때 대나무 사이로 스치는 소리는 마음에 평화로움을 선사해주었다.
아라시야마 관광을 마친 후, 친구는 박사 과정 지원서를 작성해야 해서 카페로 갔다. 혼자 남은 나는 교토 근처에 있는 후시미 이나리타이샤(伏見稲荷大社)로 향했다.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신사 중 하나로, 주로 농업, 상업, 장사의 번영을 기원하는 이나리 신을 모시는 곳이다. 신사의 가장 큰 특징은 수천 개의 붉은 도리이(鳥居)로 이어진 '센본 도리이(千本鳥居)'인데, 이 도리이들이 신사에서 뒷산까지 길게 이어져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해가 진 늦은 시간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시미 이나리 신사에는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조명 덕분에 구경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의 가장 큰 특징인 주홍빛 센본도리이는 신사의 뒷산을 올라야 볼 수 있기 때문에, 늦은 시간이었지만 등산을 하기로 했다. 등산로에는 조명이 잘 되어 있어 위험하지는 않았으나, 늦은 시간이라 사람도 거의 없었고, 어둠 속에서 은은히 이어지는 도리이들을 따라 혼자 걷고 있자니 묘하게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이쯤에서 친구를 억지로라도 데려올 걸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시작한 이상 끝을 보기로 마음먹고 결국 산 정상까지 오른 후 내려왔다.
여담이지만, 산을 오르내리며 멧돼지와 고양이 같은 동물도 볼 수 있었다. 아래 사진은 하산 중에 만난 귀여운 고양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