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 2023년 8월 9일
루트: 트리니티 칼리지 - 켈스의 서와 롱룸 도서관 - 그라프턴 스트리트 - 더블린 성 - 크라이스트 처치 대성당 - 템플 바
오전에 트리니티 칼리지 캠퍼스 투어를 예약해두었기에, 일찍 호텔에서 나와 트리니티 칼리지로 이동했다. 트리니티 칼리지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이 대학은 학문적 명성과 아름다운 캠퍼스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조나단 스위프트, 오스카 와일드, 사뮈엘 베케트와 같은 세계적인 문학가들이 이 대학 출신으로 유명하며, 오늘날 보수주의의 시초로 여겨지는 에드먼드 버크도 트리니티 칼리지 출신이다.
도착하니 가이드 역할을 맡은 재학생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투어는 이 학생의 설명을 들으며 트리니티 칼리지의 유명한 건축물들을 둘러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트리니티 칼리지 투어가 끝난 뒤, 켈스의 서와 롱룸 도서관을 보러 이동하였다. 켈스의 서는 아일랜드 중세 초기의 기독교 필사본 중 하나이다. 이 책은 복음서 사본으로, 매튜, 마가, 루가, 요한의 복음서 내용을 담고 있다. 켈스의 서는 아름다운 장식과 화려한 삽화로 유명하며, 특히 켈틱 문양과 중세 초기의 서예 양식이 돋보이는 매우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켈스의 서 원본은 전시되어 있었지만, 사진 촬영은 불가능하였다. 대신, 책의 삽화들을 따로 전시해둔 전시관을 둘러보며 켈스의 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켈스의 서 전시관을 빠져나오면 곧바로 롱룸 도서관으로 이어진다. 롱룸 도서관은 트리니티 칼리지의 대표적인 도서관으로, 고풍스러운 목재 서가와 아치형 천장이 인상적이다. 영화 해리포터에도 등장한 곳이라고 한다. 원래는 고서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어야 하지만, 현재는 보존 사업으로 인해 책장이 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트리니티 칼리지 관광을 마치고, 나는 그라프턴 스트리트로 향했다. 그라프턴 스트리트는 더블린의 대표적인 번화가로, 다양한 상점과 카페, 그리고 거리 공연이 어우러져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이곳은 영화 <Once>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쇼핑을 즐기지 않는 나에게는 큰 매력은 없는 거리였다.
그라프턴 스트리트를 지나면 더블린 성이 나타난다. 더블린 성은 오랜 세월 동안 아일랜드의 정치적 중심지로 사용된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프랑스나 영국의 궁전들에 비해 화려함은 부족하지만, 오히려 정갈하고 단아한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들었다. 성의 크기가 크지 않아 관광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중요한 관광지를 모두 돌아본 후에도 시간이 남아, 예정에 없던 크라이스트 처치 대성당을 방문했다. 이 대성당은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중세 성당 중 하나로, 11세기에 노르만인들이 세운 건축물이다. 고딕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성당은 더블린의 역사와 깊은 연관이 있으며, 그 내부에는 중세 유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잿빛 건축물이 투박해 보였지만, 오히려 그 점이 아일랜드와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내부 관광은 입장료를 내야하는데 꽤 비쌌다.)
바(bar)라는 곳은 밤이 되면 더욱 활기차지는 법. 나는 밤의 템플 바 거리가 궁금해져 발걸음을 템플 바로 옮겼다. 예상대로 템플 바는 매우 활기가 넘쳤고, 조명 덕분에 화려하면서도 신비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기에 바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한동안 근처를 거닐며 밤거리를 만끽했다.
마지막으로, 더블린의 야경을 보며 나의 2주간 튀르키예와 더블린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나름 긴 여정이었지만, 정말 알찼고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