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생활

대학원 생활 비교: 한국 vs 캐나다 1편 - 수업과 장학금

skypainter 2024. 11. 8.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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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이번 포스트에서는 한국과 캐나다의 대학원 생활을 비교하고자 한다. 물론, 학교, 전공과 연구실, 그리고 지도 교수님의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를 수 있으므로 참고만 하면 좋을 것 같다.

    1. 나의 경력 소개

    Western University

     

    나는 서울의 S대 (서울대 아님)에서 경제학과 학부 수석 졸업을 하고 자교의 대학원에 진학하여 경제학 석사를 취득하였다. 석사를 하는 동안은 계량경제학을 전공하였다. 수학 및 통계학에 자신이 있기도 했고,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 해보면 경제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흥미를 잃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경제학의 컨텐츠에서 벗어나 방법론에 기댄 것 같다. 원래는 2020년에 경제학 박사 유학을 할 생각이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박사 유학을 1년 미루게 되었다. 이 기간 동안, 고등학교 선배의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면서, 경제학 모델에서 살짝 멀어져서 좀 더 데이터 자체가 보여주는 현상들에 주목하게 되었고, 다양한 데이터와 머신/딥러닝 방법론을 접하면서 큰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채 원래 목표로 하던 경제학 박사 유학은 접고 막연하게 통계학 석사 및 박사를 지원하게 되었다. 

    과 자체를 바꾸는 파격적인 시도였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캐나다 Western University의 통계학 석사 프로그램에 합격하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나를 뽑아주신 교수님이 Statistics 소속이 아니라 Financial Modelling 소속이었다는 점이다. 나는 통계학 석사 과정 동안 교수님이 제시하신 기준인 평균 88점을 무난히 넘겼고, 교수님 아래에서 박사 과정까지 이어가기로 하였다. (박사는 통계학이 아닌 Financial Modelling 분야이다.) 내가 원하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고,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통계학은 기본적으로 이론 중심이며 다소 보수적인 편이어서, 만약 박사 과정까지 통계학을 전공했다면 머신/딥 러닝을 지금처럼 연구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2. 한국 vs 캐나다 - 대학 수업

    내가 느끼기에 캐나다 대학의 전반적인 수업 퀄리티는 한국과 비슷하다. 특히 한국의 젊은 교수님들이 진행하는 수업과 비교해보면 거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비리그 대학들과는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 경험상은 그렇다.) 다만, 과마다 다를 수도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한국에 비해 강의가 다양하게 열리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수학과의 경우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열리지 않던 수학사, 암호학, 비선형 상미분방정식과 카오스 등의 강의가 열리는 것을 보고 부러움을 느꼈다.

    EBS 교육 다큐멘터리를 보면 외국 학생들이 수업 중에 질문도 많이 하고 토론도 활발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막상 여기 와보니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수업 중에 교수님이 질문이 있느냐고 물어보셔도 아무도 질문하지 않다가 수업이 끝나면 우르르 몰려 나가서 1:1로 질문하는 풍경은 한국이나 여기나 똑같다. (이과라서 그런가...?) 오히려 한국에서 온 내가 교수님께 훨씬 질문도 많이 하고, 중간중간 교수님께서 판서에서 실수하신 부분들을 수업 중에 짚어드리는 경우가 많았다.

     

    3. 한국 vs 캐나다 - 대학원 장학금

    캐나다에서 석사 또는 박사를 하면, 입학과 동시에 펀딩이 나오기 마련이다. 보통 이 펀딩만으로도 졸업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생활비로는 꽤 빠듯한 편이다. 이 경우 여러 외부 장학금을 찾게 되지만, 캐나다에서는 외국인에게 주는 외부 장학금이 거의 없다. 대부분 최소 자격 조건이 영주권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캐나다의 장학금은 미국과 차이가 있다. 미국은 보통 수업료 면제와 함께 생활비(stipend)를 제공하지만, 캐나다는 받은 장학금에서 매 학기마다 수업료(tuition)를 내야 한다. 수업을 듣지 않는 학기나 여름 학기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합격 통지서에 적힌 장학금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실질적으로 수업료를 제외해야 하므로, 약 8~10k를 빼야 생활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4. 한국 vs 캐나다 - 학교 생활

    4 - 1. 학식

    한국의 경우, 학식은 학교 외부의 식당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인 경우가 많다. 아마 아직 소득이 없는 학생들을 배려해 준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는 다르다. 학식이 비싸다. 게다가 학교 내에 입점해 있는 프랜차이즈들도 학교 외부의 같은 브랜드와 비교해 보면, 오히려 혜택이 없다. 예를 들어, 앱에서 받은 딜이나 오퍼를 학교 내 프랜차이즈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우리가 너희를 위해 학교에까지 입점해서 물건을 파니 더 비싸게 받아야 한다"라는 논리가 작용하는 듯하다. 산 정상에서 파는 삼다수가 아래보다 더 비싼 느낌이랄까... 게다가 폐점 시간이 엄청 빠르다. 카페 같은 곳은 보통 오후 5시면 닫고, 주말에는 아예 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로 많은 학생이 도시락을 싸오며, 나 역시 한때는 도시락을 싸갔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귀찮아서 학교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샌드위치나 샐러드를 사간다.

    4 - 2. 휴가

    놀랍게도 한국과는 다르게 이곳에는 휴가 개념이 존재한다. 학교 측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휴가는 1년에 2주(공휴일 제외)이다. 하지만 랩에 따라 더 많은 휴가를 주시는 교수님들도 계시다. 우리 랩의 경우, 무려 1년에 3주를 주신다. 휴가 기간은 TA와 같은 공식 일정과 겹치지 않는다면 내가 원하는 시기에 쪼개서 사용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에는 교수님께서 전혀 간섭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가거나 집에서 마음 편히 쉴 수 있다. (내 블로그에 여행 관련 글이 많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한번은 휴가 중에 메일을 드린 적이 있는데, 교수님께서 쉬라면서 농담 삼아 화를 내신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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