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중 방문한 식당들에 대한 간단한 리뷰는 지난 포스트에서 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여행 중 유일하게 방문한 오마카세인 덴푸라에이슌(天ぷら永春)에 대한 간단한 리뷰를 하고자 한다.
1. 위치
이곳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튀김 오마카세를 제공하는 곳으로, 난젠지와 가까워 난젠지 방문 후 들르기 좋다. 나와 친구도 난젠지 관광을 마치고 해가 진 후에 방문했다. 원래는 인스타그램이나 전화로 예약을 하는 것이 좋지만, 우리는 예약 없이 무작정 찾아갔고, 마침 자리가 있어 운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2. 튀김 오마카세
튀김 오마카세는 모든 요리를 그 자리에서 바로 튀겨주기 때문에 일반 오마카세에 비해 템포가 느린 편이다. 사장님은 우리가 너무 오래 기다리면 배고파할 것 같으셨는지, 다른 손님께 내던 연근 튀김을 조금 내어주셨다. 코스 시작 전에 맛보기를 해본 느낌이었다.
테이블의 기본 세팅은 레몬, 간장, 카레 가루, 소금, 유자 소스 등이었다. 튀김 재료에 따라 사장님이 추천해 주시는 다양한 소스를 곁들여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된 세팅이었다.
식당 내부는 그리 크지 않았다. 카운터에 자리가 있어 사장님이 튀김을 튀기는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었다. 나는 술을 잘 마시지 않지만, 친구가 원해서 맥주도 한 병 주문하였다.
오마카세의 본격적인 시작은 보리멸 튀김이었다. 갓 튀긴 보리멸은 역시 부드러운 생선살이 일품이었다. 다음으로 나온 요리는 깻잎에 싼 생선 튀김이었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이 생선도 보리멸인 듯했다. 여기에 레몬을 살짝 뿌려 먹으니 깻잎과 레몬의 조화가 아주 좋았다.
다음으로 나온 것은 연근 튀김과 가지 튀김이었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튀김이라 매우 만족스러웠다. 특히 가지 튀김은 사진 오른쪽에 있는 소스(?)와 함께 제공되었는데, 그 조화가 아주 훌륭했다.
두 가지 야채 튀김 다음으로 나온 것은 관자 튀김이었다. 사장님께서 정성껏 튀겨 주셨는데, 생각보다 크기가 커서 놀랐다. 맛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며, 바삭한 겉과 쫄깃한 속이 어우러져 독특한 식감을 선사했다.
그 다음으로는 브로콜리 튀김이 나왔다. 브로콜리 튀김은 처음 먹어봐서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고 괜찮았다.
브로콜리 튀김 다음으로 등장한 것은 무려 전복 튀김이었다. 전복을 튀김으로 먹어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바삭한 겉과 쫀득한 속이 어우러져 풍미와 식감이 뛰어났다.
계속 튀김만 먹다 보면 느끼할 수 있기 때문에, 사장님께서 중간에 튀김 우동을 내주셨다. 덕분에 시원한 우동으로 속을 한 번 씻어낼 수 있어 좋았다. 위에 고명으로 올라온 고구마 튀김도 정말 맛있었다.
다음은 튀김의 정석인 새우 튀김이었다. 특이하게도 머리 부분만 따로 먼저 튀겨 내어 주시고, 그 다음에 몸통을 따로 튀겨 주셨다. 알고 보니 머리와 몸통에 어울리는 소스가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제공해주신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튀김은 맨 처음에 나왔던 것과 비슷한, 깻잎에 싼 생선 튀김이었다. 정확히 어떤 생선인지는 모르겠으나, 맛은 보리멸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마무리는 사장님께서 직접 뽑으신 소바로 만든 덴뿌라 소바였다. 튀김으로 채운 속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훌륭한 마무리였다. (물론 여기에도 튀김이 들어가 있지만…)
튀김 오마카세는 템포가 느리고 계속 튀김이 나오기 때문에 자칫 느끼할 수 있지만, 사장님이 강조하신 목화씨유 덕분인지 내 경우엔 속이 느글거리는 느낌은 없었다. 다만 템포가 너무 느려서 중간에 약간 지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정확한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와 나 모두 가격 대비 만족스러웠다고 느꼈다. (아마 8천 엔에서 9천 엔 사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