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포스트에서 이어집니다.)
여행일: 2022년 6월 3일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미 주요 관광지는 전날 모두 둘러봤기 때문에, 이날은 바르셀로나의 거리를 거닐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걷다 보니 바르셀로나 개선문(Arc de Triomf)에 도착했다. 이 개선문은 1888년 바르셀로나 세계 박람회의 정문으로 건설된 것이라고 한다.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이 건축물의 상단에는 박람회의 성과를 기념하는 조각들이 장식되어 있다고 하지만, 보수 공사 때문인지 망 같은 것이 씌워져 있어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개선문과 연결된 공원을 지나 동쪽으로 쭉 걸어가면 바르셀로네타 해변에 도착하게 된다. 당시 초여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해수욕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에메랄드빛 지중해를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어느 정도 산책을 즐긴 후,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카사 바트요(Casa Batlló)로 발길을 옮겼다. 카사 바트요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건축물로,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가우디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이 건물을 설계했으며, 외관은 마치 파도 치는 바다를 연상시키는 곡선미와 비늘처럼 생긴 화려한 타일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
카사 바트요의 내부는 가우디 특유의 자연 친화적인 설계와 세심한 디테일로 가득 차 있어 외관만큼이나 매력적이다. 내부 공간은 곡선과 유기적인 형태가 돋보이며, 직선보다는 부드럽게 휘어진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옥상은 카사 바트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용의 등을 연상시키는 지붕과 환기구 디자인이 독특하다. 이곳에서는 바르셀로나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저 멀리 웅장하게 서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눈에 들어왔다. 가우디가 설계한 건물의 옥상에 서서, 여전히 미완성 상태인 그의 또 다른 역작을 바라보고 있자니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가우디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가 바르셀로나 곳곳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났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그의 작품을 마주하며, 그의 비범한 열정과 상상력이 시대를 초월해 계속해서 숨 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카사 바트요 관광을 마치고, 바르셀로나를 떠나 스위스로 향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오렌지 주스와 하몽을 먹으며, 바르셀로나의 마지막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