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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 2022년 6월 2일
바르셀로나를 본격적으로 둘러본 날이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안토니오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현재까지도 건설이 진행 중인 성당으로, 가우디의 독창적인 자연주의 건축 철학과 카탈루냐 고딕 양식이 결합된 독특한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멀리서도 거대하게 느껴졌지만, 가까이에서 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다. 성당의 웅장함에 감탄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외관을 자세히 살펴보면 웅장함 속에 숨겨진 정교함이 돋보인다. 나뭇잎, 인물 등 다양한 외부 장식들이 마치 살아 있는 듯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으며, 각각의 조각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
요금을 지불하고 내부에 들어서면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외관의 화려함과는 대조적으로, 회색 기둥과 벽은 비교적 심플해 보인다. 그러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다양한 색의 빛이 성당 내부를 환하게 밝히며 마치 자연의 색채로 장식된 조명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면 마치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여러 별 모양의 장식들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그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감상하느라 성당 내부를 걸으면서도 시선은 계속 천장에 머물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그 규모가 워낙 거대해서 사진에 담기가 쉽지 않았다. 나와 친구는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성당의 전체적인 모습을 찍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뒷쪽 모습까지 찍게 되었는데, 그곳에서는 중간중간 과일 모양의 독특한 장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장식들이 약간 유치해 보이는 느낌도 있었지만, 동시에 가우디 특유의 창의성을 엿볼 수 있어 나름 흥미롭게 다가왔다.
바르셀로나는 좁은 골목길이 많아 마치 도시를 탐험하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중간중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소들이 나타나 사진을 찍기에 좋은 포인트들이 많았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팔라우 데 무지카 카탈라나(Palau de la Música Catalana)라는 콘서트홀이었다. 이 건물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모자이크, 세라믹 장식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내부의 중앙 천장을 장식한 대형 스테인드글라스 돔은 섬세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공연장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에서 클래식 연주회를 감상하면 얼마나 황홀할지 상상해 보았다.
나의 발걸음은 이제 고딕 지구로 향했다. 이곳에서 Basílica de Santa Maria del Pi 라는 14세기 고딕 양식의 성당을 방문하였다. "소나무의 성모 마리아"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성당으로, 외관은 단순하지만 차분한 매력을 주는 곳이었다.
고딕 지구를 걷다 보면 조용하고 아늑한 Sant Felip Neri Square라는 광장을 마주하게 된다. 광장 중앙에는 작은 분수가 자리하고, 주변에는 산 펠립 네리 교회(Sant Felip Neri Church) 가 있다. 하지만 이 평화로운 공간 뒤에는 스페인 내전 당시 폭격으로 생긴 상처가 건물 벽면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 전쟁의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아늑하고 따스해 보이는 분위기 속에서 전쟁의 참상을 마주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하고 의미 있는 장소라고 느껴졌다.
이 날의 마지막 관광지는 몬주익 궁전(Palau Nacional)이었다. 몬주익 언덕에 자리한 이 웅장한 건축물은 1929년 바르셀로나 국제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곳이라고 한다. 나는 궁전의 외관만 간단히 둘러보고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내 진짜 목적은 바로 궁전 앞에 있는 몬주익 분수의 화려한 쇼를 감상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저녁 시간이 되자 몬주익 분수(Magic Fountain of Montjuïc)의 쇼가 시작되었다. 이미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좋은 위치를 찾아내었다. 음악의 박자와 리듬에 맞춰 화려한 조명이 비추고, 빛을 받은 물줄기가 춤추듯 움직이는 모습은 정말 멋졌다. 왜 이곳이 관광객들에게 그렇게 인기가 많은 명소인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