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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 스페인 여행기 - 스페인 전성기의 상징 세비야

skypainter 2025. 1. 1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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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 스페인 여행 - 벨렝 지구에서 대항해시대를 엿보다

리스본 & 스페인 여행기 - 리스본 둘러보기리스본 & 스페인 여행 계획여행일: 12월 16일 ~ 12월 27일짧은 겨울방학을 맞아 대서양을 건너 리스본과 스페인을 여행하였다. 특히, 여행의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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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포스트에서 이어집니다.)

여행일: 2024년 12월 18일

루트: 스페인 광장 - 세비야 대성당 - 알카사르 - 메트로폴 파라솔 - 플라멩코 박물관 - 황금의 탑

스페인 전성기의 상징인 세비야를 만끽한 날이었다. 나는 오전에 예약해 둔 세비야 워킹 투어를 위해 아침 일찍 스페인 광장으로 향했다.

투어의 시작점인 스페인 광장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매우 고요했다. 서서히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스페인 광장의 이곳저곳을 조용히 둘러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스페인 광장(Plaza de España)은 세비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로, 1929년 이베로아메리카 박람회를 위해 조성된 반원형 광장이다. 광장의 중앙에는 운하가 흐르고 작은 다리들이 연결되어 있어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페인 광장

 

또한, 광장 벽면에는 스페인 각 지역을 상징하는 타일 장식이 있어 이를 통해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나는 특히 내가 방문해 보았거나 앞으로 방문할 도시들을 상징하는 타일을 찾아 사진으로 남겼다.

 

스페인 광장 장식

 

투어는 스페인 광장에서부터 시작하여 세비야 대학교, 산타크루즈 지구를 거쳐 세비야 대성당 앞까지 이어졌다. 워킹 투어였기 때문에 성당이나 알카사르 내부 입장은 없었지만, 가이드님은 걸어다니면서 세비야의 역사와 세비야 관광지들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세비야 대성당 앞에서 투어가 종료 되었을 때는 대략 오후 1시 정도였다. 

 

문 너머로 보이는 세비야 대성당

 

나는 투어가 종료되자마자 세비야 대성당을 둘러보기로 했다. 세비야 대성당(Catedral de Sevilla)은 세계 최대 규모의 고딕 양식 성당으로, 웅장한 건축미를 자랑한다. 성당 옆에 자리한 히랄다 탑(La Giralda)은 원래 이슬람교 사원의 첨탑으로 사용되었으나, 이후 대성당의 종탑으로 개조되어 지금은 세비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 되었다.

 

세비야 대성당

 

성당의 외관을 둘러본 후, 나는 미리 예매해 둔 세비야 대성당 입장권으로 내부에 들어갔다. 세비야 대성당 내부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단연 황금의 제단이었다. 이 제단은 금박으로 덮여 있으며, 여러 개의 패널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성모 마리아의 이야기를 묘사한 정교한 조각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세비야 대성당 - 황금의 제단

 

황금의 제단 반대편에는 후빌레오 은 제단이 자리하고 있다. 이 은 제단은 대성당 내의 또 다른 중요한 제단으로, 정교한 은 세공으로 제작되었으며 그 규모 또한 상당히 크다. 한쪽에는 금으로 된 제단, 다른 한쪽에는 은으로 된 거대한 제단이 나란히 있으니, 대항해시대를 통해 전성기를 누렸던 당시 스페인의 막대한 재력과 화려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세비야 대성당 - 후빌레오 은 제단

 

세비야 대성당 한쪽에는 콜럼버스의 유해가 안치된 것으로 알려진 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관은 독특하게도 네 명의 기사가 관을 들고 있는 형태로 조각되어 있으며, 각각 스페인의 네 왕국(카스티야, 아라곤, 나바라, 레온)을 상징한다. 콜럼버스의 유해는 도미니카 공화국과 쿠바 등을 거쳐 여러 차례 이동한 끝에 세비야 대성당에 안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세비야 대성당 - 콜럼버스의 관

 

성당 내부를 둘러본 뒤에는 히랄다 탑에 올랐다. 유럽 성당의 다른 첨탑과 달리 계단이 아닌 널찍한 경사로를 통해 올라갈 수 있었지만, 탑 자체가 워낙 높아 올라가는 데 상당한 체력이 필요했다. 탑 꼭대기에 도달하면 세비야의 전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오렌지 나무로 가득 찬 성당의 정원이었다.

 

히랄다 탑 위의 풍경

 

세비야 대성당 관광을 마친 뒤 점심도 거른 채 바로 맞은편에 있는 세비야 알카사르로 향했다. 세비야 알카사르는 스페인의 무데하르 건축 양식을 대표하는 왕궁으로,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왕족이 사용해 온 역사 깊은 장소이다. 이곳은 이슬람 건축과 기독교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화려한 타일 장식과 정교한 아치, 그리고 넓고 고즈넉한 정원이 특히 인상적이다.

나는 왕의 침실(Cuarto Real Alto) 관광도 미리 예매해 두었기에, 가장 먼저 왕의 침실로 향했다. 이 투어는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알카사르 2층에 위치한 왕의 침실을 둘러보는 상품이었는데, 대사의 방 천장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한 매력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왕의 침실을 둘러보는 동안에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기록으로 남길 수는 없었다.

 

세비야 알카사르

 

알카사르 내부와 정원은 규모가 크고 다양한 아름다운 장식들로 가득 차 있었다. 화려한 장식으로 시선을 압도하는 공간도 있었고, 반대로 단아한 타일과 분수 하나만 놓인 차분하고 고요한 공간도 있어, 다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공간을 골라 여유롭게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던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내가 방문한 시기는 겨울이라 꽃이 많지 않았지만, 봄이나 여름에 오면 꽃들로 가득한 정원의 화려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알카사르 내부

 

세비야 알카사르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대사의 방(Salon de Embajadores)이다. 이 방은 왕궁 내에서 가장 웅장하고 화려한 공간으로, 공식 행사와 외국 대사들을 접견하는 데 사용되던 곳이다. 방의 하이라이트는 둥근 돔 형태의 천장으로, 금빛으로 장식된 정교한 목조 장식(무데하르 스타일)이 돋보인다. 천장은 우주를 상징하며, 중세 스페인의 건축 기술과 예술적 감각을 잘 보여준다. 천장을 바라보면, 정교하고 화려한 기하학적 무늬에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벽면은 화려한 타일 무늬와 아랍어 서예로 장식되어 있어,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의 조화로움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알카사르 - 대사의 방

 

대사의 방을 빠져나오면 소녀의 방(Cuarto de las Doncellas)이 이어진다. 이곳은 왕궁 내에서 중요한 공간 중 하나로, 아름다운 중정을 중심으로 독특한 무데하르 건축 양식을 보여준다. 이 방의 이름은 한 전설(apocryphal story)에서 유래했는데, 이슬람 통치 시기 기독교 왕국에서 매년 100명의 소녀들을 공물로 바쳤다는 이야기가 배경이라고 전해진다.

소녀의 방은 화려한 타일 장식과 섬세한 석조 아치, 그리고 중정을 둘러싼 대칭적인 건축 디자인이 특징이다. 특히 중정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분수는 평온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전반적으로 세비야 알카사르는 알함브라와 많은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알함브라를 보기 전에 이곳을 먼저 방문하면 세비야 알카사르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면에, 알함브라 궁전을 먼저 본 후 이곳을 둘러본다면 상대적으로 덜 인상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카사르 - 소녀의 정원

 

알카사르 관광을 마친 뒤 메트로폴 파라솔로 향했다. 나는 일몰을 보기 위해 오후 6시 입장권을 예매해 두었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 예매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메트로폴 파라솔은 현대적인 거대한 목재 구조물로, 세비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이다. ‘세타스 데 세비야(Seville’s Mushrooms)’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버섯 모양을 닮은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곳에 올라가면 세비야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메트로폴 파라솔

 

구름이 껴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메트로폴 파라솔 위에서 바라본 세비야의 전경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멀리 세비야 대성당에 조명이 들어온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해가 완전히 진 뒤에는 메트로폴 파라솔에도 조명이 켜졌다. 조명이 비친 독특한 구조물을 따라 한 바퀴 돌며 구경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메트로폴 파라솔 위에서의 풍경
메트로폴 파라솔 위에서 보는 세비야 대성당

 

메트로폴 파라솔을 둘러본 뒤, 플라멩코 박물관으로 향했다. 이는 오후 8시 45분에 예약해 둔 플라멩코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세비야의 플라멩코 공연은 스페인의 전통 음악과 춤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무대로, 열정적인 기타 연주, 감미로운 노래, 그리고 강렬한 춤이 특징이다. 그러나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닌 탓인지, 이 강렬한 공연도 어느새 자장가처럼 느껴져 살짝 졸고 말았다. 공연은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불가능해, 대신 플라멩코 박물관 정문에서 간단히 사진을 남겼다.

 

플라멩코 박물관

 

플라멩코 공연 관람 이후, 매우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식후 산책을 겸해 과달키비르 강을 따라 황금의 탑까지 걸어갔다. 조명을 받은 황금의 탑은 13세기 초 무와히드 왕조 시대에 건설된 탑으로, 원래 강을 통제하고 도시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으며, 황금빛 외벽 덕분에 '황금의 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탑은 황금빛이 아니다. 이는 탑이 처음 건설되었을 당시, 외벽이 석회와 짚을 혼합한 재료로 만들어져 햇빛에 반사되며 황금빛을 띠었으나, 시간이 지나 외벽이 풍화되고 재료가 마모되면서 황금빛이 점차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과거의 찬란한 황금빛은 사라졌지만, 밤에 조명으로 은은하게 비춰지는 모습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며 아련한 감상을 자아내게 했다.

 

황금의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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