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 2025년 5월 1일
1년 반 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토론토에서 한국으로 가는 직항편은 비싼 경우가 많아, 나는 잠시 관광도 할 겸 일본에 1~2일 머물렀다가 한국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도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도쿄는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어 쇼핑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면 흥미가 생기지 않아 자연스럽게 근교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물론 나카메구로나 아키하바라처럼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예의상 한 번씩 방문해주는 편이다. 마침 이 시기(4월 말에서 5월 중순)는 예전부터 한 번쯤 보고 싶었던 이바라키현의 히타치 해변 공원에서 네모필라가 개화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곳을 방문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내 숙소는 우에노 근처였으며, 우에노에서 히타치 해변 공원으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에노 역에서 열차를 타고 가쓰타 역에서 하차한 뒤, 역 앞에서 버스를 이용해 해변 공원 입구에 내리는 것이다. 듣기로는 직행 버스도 있는 것 같았지만, 열차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라 따로 고려하지는 않았다. 우에노에서 히타치 해변 공원으로 가는 열차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나뉜다.
- 히타치 도키와 특급을 타고 쾌적하게 이동하는 방법(약 1시간 20분 소요).
- 조반선 일반열차를 이용하는 방법(약 2시간 소요).
히타치 도키와 특급은 속도가 빠르고 30분 간격으로 운행되어 매우 편리하지만, 조반선 일반열차에 비해 약 1,500엔 정도 비싸다. 반면 조반선은 요금이 저렴하지만 혼잡할 경우 내내 서서 이동해야 할 수도 있다(실제로 경험함).
나의 경우, 공원으로 갈 때는 시간을 맞춰 조반선을 이용했고, 돌아올 때는 시간 맞추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히타치 도키와 특급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타협하였다.
가쓰타역에 내리면 버스 정류장까지 친절하게 안내 표지판이 마련되어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이곳에서 500엔을 지불하고 당일권을 구입한 뒤, 버스에서 하차할 때 기사님께 당일권을 보여드리면 된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히타치 해변 공원 입구에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코이노보리(こいのぼり)가 장식되어 있었다. 혹시나 날이 흐릴까 걱정했으나, 다행히 하늘은 청명하였다. 입구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한 뒤 안으로 들어서니, 다양한 푸드 트럭들이 줄지어 있어 풍성한 먹거리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종류가 매우 다양해 중간중간 출출할 때 간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히타치 해변 공원은 면적이 넓고 여러 섹터로 나누어져 있어, 계절마다 수선화, 코키아, 네모필라, 장미 등 다양한 꽃과 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푸른 빛의 네모필라로, 4월 말부터 5월 중순 사이에 절정을 이룬다. 네모필라를 감상하려면 ‘たまごの森 フラワーガーデン(Eggs Forest Flower Garden)’으로 향하면 되며, 입구에서부터 도보로 약 10~15분 정도 소요되었다.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위의 사진처럼 유채꽃밭 너머로 펼쳐진 네모필라 언덕이 눈에 들어온다. 청명한 하늘과 네모필라의 하늘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마치 하늘이 그대로 땅에 닿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언덕이 하늘로 이어지는 길처럼 보였다. 네모필라가 절정에 이른 시즌인 만큼 많은 관광객들로 붐벼, 천천히 줄을 따라 언덕을 올라야 했다. 사람이 많은 탓에 중간중간 멈춰서 사진을 찍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이런 이색적인 풍경을 직접 눈에 담을 수 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언덕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네모필라의 향연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바람에 살랑이는 수많은 네모필라 꽃들 사이에 서 있노라면, 마치 푸른 바다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근접해서 촬영한 네모필라도 무척 아름다웠다. 옹기종기 모여 핀 하늘빛 꽃잎 사이로 작고 동그란 수술이 톡톡톡 튀어나와 있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으며, 그 섬세한 디테일이 네모필라의 매력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해주는 포인트인 것 같았다.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의 짧은 구경을 마치고 나니, 이 먼 곳까지 온 것에 대한 약간의 허무함이 밀려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히타치 해변 공원을 제외하면 이바라키현 자체에 따로 들러볼 만한 명소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공원에서 판매하는 네모필라 테마의 소프트콘을 하나 먹어보았다. 네모필라의 색감을 살려 소다 맛과 우유 맛을 섞은 아이스크림에, 네모필라(?) 모양의 쿠키가 함께 올려져 있었다. 제법 오래 줄을 서서 주문했지만, 맛은 평범한 편이었고, 기념의 의미가 더 컸던 것 같다.
공원을 빠져나와 다시 역에 도착하니 점심 시간을 훌쩍 넘겨 허기가 느껴졌다. 역 근처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기로 하고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지만, 히타치나카 시 자체가 비교적 시골 분위기가 짙은 지역이라 마땅한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발견한 곳이 바로 아래 사진의 ‘유메야(夢や)’였다. 우리나라의 백반집처럼 다양한 가정식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으로, 약 700엔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야키니쿠 정식을 주문했는데, 700엔이라는 가격을 감안하면 구성도 알차고 맛도 꽤 만족스러웠다.

이후에는 도쿄로 돌아와 우에노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이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서 이어서 소개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