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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 스페인 여행 - 오비두스와 나자레 그리고 리스본 야경 투어

skypainter 2025. 2. 6.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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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포스트에서 이어집니다.)

여행일: 2024년 12월 25일

이날은 성탄절이라 대부분의 관광지가 문을 닫은 날이었다. 그렇다고 호텔에만 머물기에는 시간이 아까워 고민하던 중, 리스본 근교의 오비두스와 나자레를 방문하기로 했다. 중세에 세워진 성벽은 성탄절에도 굳건히 서 있을 것이고, 나자레의 파도 또한 성탄절에도 거세게 몰아칠 것이기 때문이었다.

원래 리스본에서 오비두스로 가는 정석적인 방법은 Campo Grande역에서 Rapida Verde 버스를 타는 것이지만, Campo Grande에 도착하자 성탄절이라 버스가 운행되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았다. 결국 포기할까 고민했지만, Rede Expressos 앱을 확인해보니 Sete Rios에서 오비두스 근처에 있는 Caldas da Rainha까지 가는 버스는 운행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Rede Expressos 앱 링크: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pt.beware.myrne&hl=KR)

나는 Sete Rios에서 버스를 타고 Caldas da Rainha로 향했고, 도착하니 오전 11시쯤이었다. 여기서 우버를 타고 오비두스로 이동했는데, 성탄절임에도 불구하고 우버는 꽤 잘 잡혔다. 요금은 대략 7~8유로 정도였다. 그렇게 긴 여정 끝에 성곽 마을 오비두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비두스(Óbidos)는 포르투갈 중서부에 위치한 중세 시대의 매력적인 소도시로, 리스본에서 북쪽으로 약 80km 떨어져 있다. 이 도시는 잘 보존된 성벽과 좁은 자갈길, 흰 벽의 전통 가옥으로 유명하며, 중세의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 있는 곳이다. 성탄절을 맞아 오비두스 곳곳이 아름다운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오비두스 성 입구

 

원래는 활기로 가득해야 할 오비두스의 거리는 성탄절이라 유난히 고요했다. 문을 연 가게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며, 관광객도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붐빌 정도로 많지는 않았다. 아름답게 장식된 거리가 이렇게 조용하니 다소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지만, 오히려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거리를 거닐며 사진을 찍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오비두스 거리

 

오비두스 성(Castelo de Óbidos)은 이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한때 포르투갈 왕비들에게 선물로 주어졌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성곽에 올라 한 바퀴 돌며 오비두스의 전경을 감상하는 것이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였다.

 

오비두스 풍경

 

성곽을 걸을 때에는 안쪽으로 난간이 없어 조심해야 했다. 다소 아찔한 스릴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성벽 위를 걸으며 바라본 오비두스의 풍경은 정말 멋졌다. 붉은 지붕과 흰 벽의 집들이 성벽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은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었다.

 

오비두스 성곽길
오비두스 풍경

 

오비두스 관광을 마친 후 다시 우버를 타고 Caldas da Rainha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Rede Expressos 버스를 타고 나자레로 향했으며, 오후 3시에 출발해 나자레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오후 4시였다. 이미 오후 6시 리스본행 버스표를 예매해 두었기 때문에 나자레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은 꽤나 빠듯했다.

나자레(Nazaré)는 포르투갈 중서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아름다운 해안 도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빅 웨이브 서핑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프라이아 두 노르테(Praia do Norte) 해변에서는 거대한 파도가 형성되며, 이곳 덕분에 나자레는 서핑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나자레 버스 정류장에서 해변가로 가려면 적어도 30분은 언덕길을 올라야 한다. 사실 우버를 타는 방법도 있었지만, 내 체력을 믿고 걷기로 했다. 길이 꽤 가파르고 힘들었지만, 이 선택이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이 언덕 위 시티오(Sítio) 지역에서 내려다본 나자레의 전경과 끝없이 펼쳐진 대서양의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나자레

 

프라이아 두 노르테(Praia do Norte) 해변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Forno de Orca 동굴이었다. 이 동굴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해식 동굴로, 오랜 세월 파도의 침식 작용을 거치며 독특한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특히 동굴 천장에 원형으로 뚫린 개구부가 있어, 내부로 들어오는 빛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Forno de Orca Cave

 

놀랍게도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나자레의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는 한 사람이 있었다! 나는 서핑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거센 파도 속에서도 열정을 다하는 서퍼의 모습에서 묘한 감동을 느꼈다. 그를 바라보는 동안 나도 모르게 무언가 뜨겁게 끓어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자레의 파도와 서퍼

 

나자레 관광을 마치고 리스본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대서양 저편으로 지는 석양을 볼 수 있었다. 구름이 조금 껴 있어서인지 주홍빛으로 물든 수평선이 더욱 선명하게 강조되는 듯했다. 나는 언덕 위에서 한동안 석양을 바라보며 그 순간을 즐겼고, 그렇게 나자레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나자레에서의 석양

 

나자레 관광 시간이 빠듯했던 이유는 사실 오후 8시 30분에 예정된 리스본 야경 투어를 미리 예매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후 7시 40분쯤 리스본에 도착해 여유롭게 투어 집합 장소로 향할 수 있었지만,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 사고로 인해 정체가 심해지면서 결국 5분 정도 늦게 도착하게 되었다. 다행히 투어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무사히 합류할 수 있었다.

리스본 야경 투어의 시작은 페르난도 페소아 동상이었다. 이 동상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작가인 페르난도 페소아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페소아 동상은 리스본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중 하나인 아 브라질레이라(A Brasileira)의 야외 테라스에 자리하고 있으며, 페소아가 생전에 자주 찾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이곳에서 글을 쓰고 사색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나는 동상 옆 빈 의자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고, 아 브라질레이라에서 포르투갈식 에스프레소 비까(Bica)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여유를 즐겼다.

 

페르난도 페소아 동상

 

투어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Elevador de Santa Justa)였다. 이 엘리베이터는 리스본의 바이샤(Baixa) 지구와 키아도(Chiado) 지구를 연결하는 유명한 수직 엘리베이터로, 1902년에 개통되었다. 설계자는 구스타브 에펠의 제자였던 라울 메스니에르(Raoul Mesnier du Ponsard)로, 네오고딕 양식의 철제 구조는 프랑스의 에펠탑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엘리베이터의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있어 리스본의 붉은 지붕과 강변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지만, 이번 투어에서는 탑승하지 않았다.

 

산타후스타 엘레베이터

 

이후에는 글로리아 푸니쿨라(Elevador da Glória)를 탑승하였다. 이 푸니쿨라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가장 유명한 경사 철도 중 하나이다. 바이샤(Baixa) 지구의 헤스타우라도레스 광장(Praça dos Restauradores)과 바이루 알투(Bairro Alto)의 상 페드루 데 알칸타라 전망대(Miradouro de São Pedro de Alcântara)를 연결하며, 약 265m 길이의 가파른 경사를 따라 운행된다.

푸니쿨라의 노란색 차량과 벽면을 가득 채운 그래피티가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리스본을 상징하는 교통수단인 만큼 기념 촬영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푸니쿨라가 언덕 위에 도착해 대기하는 동안 재미있는 사진을 여러 장 찍을 수 있었다.

 

글로리아 푸니쿨라

 

야경 투어의 마지막 목적지는 상 페드루 데 알칸타라 전망대(Miradouro de São Pedro de Alcântara)였다. 이곳은 리스본의 바이루 알투(Bairro Alto) 지구에 위치한 대표적인 전망대 중 하나로, 리스본의 파노라마 뷰를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전망대에서 리스본 도심, 상 조르제 성(Castelo de São Jorge), 바이샤(Baixa) 지구, 그리고 타구스 강(Rio Tejo)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리스본의 야경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알칸타라 전망대

 

오비두스와 나자레를 둘러본 데 이어 리스본 야경 투어까지, 이렇게 바쁘게 돌아다닌 성탄절이 내 인생에 또 있을까 싶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보고, 소중한 추억도 많이 남길 수 있었기에 만족스럽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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