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 전에 둘러 본 암스테르담 - 국립미술관 & 고흐 미술관
여행일: 2025년 6월 1일루트: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 반 고흐 미술관최근 들어 조금 바빠지면서 포스트가 뜸했다. 가장 큰 이유는 6월 2일부터 6일까지 마스트리흐트에서 열린 NetSci 2025 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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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포스트에서 이어집니다.)
여행일: 2025년 6월 1일 ~ 6월 6일
암스테르담에서 두 미술관을 관람한 뒤, 기차를 타고 컨퍼런스가 열리는 마스트리히트에 도착하니 어느덧 한밤중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느낀 첫인상은, 고요하고 아담한 도시라는 것이었다.
마스트리히트(Maastricht)는 네덜란드 남부, 벨기에와 독일의 국경 인근에 자리한 도시로, 림뷔르흐 주의 주도이다. 지리적으로는 암스테르담보다 벨기에의 브뤼셀이 더 가까울 정도로, 국경과 인접한 위치에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중세의 정취가 살아 있는 거리 풍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1992년 유럽연합(EU) 창설의 계기가 된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체결된 역사적인 도시로 익숙한 곳이다.
컨퍼런스 기간 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마스트리히트 시내를 둘러보았다. 주요 볼거리는 대부분 성 세르베스 다리 건너편에 모여 있어 이동이 불편하진 않았다. 대중교통 없이도 도보로 충분히 둘러볼 수 있었고, 골목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도시의 정취를 느끼는 재미가 있었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이라 날씨는 화창하면서도 선선했다. 거리에는 관광객이 북적이진 않았지만, 유럽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눈에 띄었고, 기념품 가게들에도 서서히 활기가 돌기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마스트리히트 구시가지에는 도미니카넌 서점(Bookstore Dominicanen)이라는 유명한 서점이 있다. 이곳은 고딕 양식의 도미니코회 수도원을 개조해 만든 서점으로, 중세 건축물의 고색창연한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서점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로 꼽히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포르투의 렐루 서점이 더 인상 깊었다.)
높은 천장, 스테인드글라스, 아치형 기둥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마치 성당 안을 거닐며 책을 고르는 듯한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서점 한켠에는 작지만 아늑한 카페도 있어, 책과 커피를 함께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성 세르바티우스 성당(Basiliek van Sint Servaas)은 마스트리히트 구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이다. 4세기, 마스트리히트의 주교이자 네덜란드 최초의 성인으로 알려진 성 세르바티우스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중세의 분위기를 간직한 내부는 물론, 부속 보물관에는 성인의 유물과 고대 종교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중간중간 도시를 둘러보긴 했지만, 마스트리히트는 조용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곳이었다. 화려한 관광지가 있는 도시는 아니지만, 골목마다 고풍스러운 멋이 스며 있고, 오래된 건축물과 현대적인 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컨퍼런스가 아니었다면 평생 찾을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일 덕분에 뜻밖의 도시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또 하나의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