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 2024년 10월 26일
이날은 비가 내렸다. 그동안의 날씨가 운이 좋았던 것이지 겨울의 시애틀은 흐리고 비가 오는 것이 일상이라고 한다.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게이츠 파운데이션(Gates Foundation)이다. 이곳은 세계 최대의 민간 자선 재단으로, 보건, 교육, 빈곤 퇴치, 정보 접근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 예방, 기초 교육 강화, 식수와 위생 개선 등 인도주의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특히 개발도상국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이곳에서는 게이츠 파운데이션이 이룬 성과와 현재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엿볼 수 있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 메인 주제는 화장실이었다. 지금의 화장실 시스템이 비효율적이고, 상당히 노후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최빈국에서는 화장실 문제가 위생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재단에서 개발 중인 다양한 미래형 변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꽤 신기했다.
다음으로는 시애틀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더 스피어스(The Spheres)를 방문했다. 이곳은 아마존(Amazon) 본사 캠퍼스 내에 있는 독특한 건축물로, 거대한 구 형태의 구조물이 특징이다. 아마존 직원들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된 곳이다. 그러나 이날은 아쉽게도 내부를 구경할 수 없었다.
시간도 남고 비도 와서 시애틀 공공 도서관을 다음 방문지로 정하였다. 이곳은 현대적인 건축 양식으로 유명한 시애틀의 상징적인 건물이다. 11층 규모의 이 도서관에는 수백만 권의 자료가 소장되어 있어 지식과 학습을 위한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한다. 내부에는 많은 시애틀 시민들이 독서를 하거나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추천하는 것은 꼭대기에서부터 쭉 걸어 내려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도서관의 규모와 방대한 장서량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사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시애틀 지하 투어(Seattle Underground Tour)였다. 현재의 시애틀은 과거 화재로 소실된 시애틀 위에 새로 지어진 도시이기 때문에 이런 투어가 존재하는 것이다. 참고로 투어는 영어로만 진행된다.
나는 정말 지하 도시를 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이 투어는 스토리텔링 위주였다. 지하를 보여주긴 하지만, 실제로는 일반 가정집의 지하나 지하 주차장 같은 모습이다. 시애틀의 과거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할 만하지만, 시각적인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고 중간중간 보여주는 시애틀의 옛 사진들은 꽤 흥미로웠다. 배수가 잘 되지 않던 땅 위에 세운 도시의 모습이 기록되어 있어, 당시의 힘든 삶을 엿볼 수 있다.
투어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위해 워싱턴 대학 근처로 이동했다. 이왕 온 김에 워싱턴 대학 캠퍼스를 구경했는데, 도서관의 외관이 멋져서 사진으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