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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 2022년 5월 28일
이날은 포르투를 좀 더 자세히 둘러본 날이었다.
가장 먼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 중 하나로 꼽히는 렐루 서점(Livraria Lello)을 방문했다. 이 서점이 유명한 이유는 화려한 내부 디자인 때문이다. 특히, 중앙에 자리한 붉은색 곡선형 나선 계단과 정교한 목조 세공이 이곳의 상징이다.
서점 내부에는 화려한 장식뿐만 아니라, 서점이 소유한 오래된 책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책은 1813년에 출판된 오만과 편견이었다.
한때는 나도 독서를 정말 많이 했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점점 책과 멀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렐루 서점을 둘러보는 동안 다시 독서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서점이 주는 영감이 그만큼 강렬했던 것 같다.
렐루 서점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있었다. 입구 밖부터 긴 줄이 이어져 있었고, 내부에도 서점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았다. 1층에서는 책을 구매할 수 있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어린 왕자의 영어판도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꽤 비싸서 나는 구매하지 않았다.
서점 관람을 마친 뒤 다음으로 향한 곳은 Jardim do Morro(언덕 정원)였다. 말 그대로 언덕 위에 위치한 이 정원은 포르투의 전망을 감상하기에 제격인 장소다. 전날 해질녘에 본 포르투의 풍경도 멋졌지만, 대낮의 포르투는 또 다른 매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맑은 햇빛 아래 펼쳐진 도시의 전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공원을 빠져나와 걷다 보니 어느새 루이스 1세 다리(Luís I Bridge)에 도착했다. 이 다리는 도루 강을 가로지르는 상징적인 철제 아치형 다리로, 포르투와 빌라 노바 데 가이아(Vila Nova de Gaia)를 연결한다. 구스타브 에펠의 제자인 테오필 세이리그(Theophile Seyrig)가 설계한 이 다리는 상층과 하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층은 주로 지하철과 보행자가 이용하며, 하층은 차량과 보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된다. 투박한 철제 다리가 주황빛 지붕으로 가득한 포르투와 이질적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훨씬 잘 어우러졌다.
사실 그 이후로는 특별히 계획해둔 일정이 없어서 시내를 정처 없이 걸어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도착한 곳이 바로 카르무 성당이었다. 이곳 역시 푸른 Azulejo 벽이 눈길을 사로잡는 인상적인 장소였다. 벽 장식을 자세히 구경하느라 성당 주변을 두세 바퀴는 돌았던 것 같다.
해가 떨어질 무렵이 되자, 갑자기 대서양의 석양이 보고 싶어져서 도루 강의 하구인 Foz do Douro 지역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나는 해가 떨어질 때까지 해안가를 걸었다.
등대 근처에서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석양을 배경으로 낚시를 즐기는 모습이 뭔가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이렇게 대서양 너머로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혼자 돌아다니다 보니 약간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이틀간의 포르투 여행은 정말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