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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 2022년 5월 29일
포르투를 떠나 파리에 도착한 날이다. 합류하기로 한 친구의 항공편에 문제가 생겨 이날도 혼자 여행을 하게 되었다. 5월 말의 파리는 구름이 적당히 낀 아주 좋은 날씨였다. 나는 이 날씨를 만끽하며 프랑스 혁명의 상징으로 알려진 바스티유 광장에서부터 센강을 따라 쭉 걷기로 하였다.
적당히 바람도 불어 산책을 즐기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서인지 관광객도 생각보다 적었고, 파리 도심 역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깔끔한 모습이었다.
걷다 보니 파리의 중심부인 시테섬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나는 프랑스 혁명 시기에 혁명재판소와 감옥으로 사용되었던 콩시에르주리를 방문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학부 시절에 들었던 현대 서양의 형성 강의를 굉장히 흥미롭게 들었고, 특히 프랑스 혁명 관련 내용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내게 콩시에르주리는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을 떠올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하지만 이런 배경지식이 없다면 콩시에르주리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콩시에르주리 바로 옆에는 생트샤펠이라는 성당이 있다. 13세기 중반에 지어진 이 고딕 양식의 성당은 원래 성유물, 특히 예수의 가시관을 보관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프랑스 혁명 시기에 손상을 입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13세기 스테인드글라스를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이곳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정말 압도적이다. 유럽 여행 중 성당을 자주 보게 되면 어느 순간 비슷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생트샤펠은 화려함과 규모 면에서 확실히 차별화된다.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만들어내는 빛과 색채의 향연은 그야말로 독특하고 감동적인 경험이었다.
숙소에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팡테옹을 방문했다. 원래 성녀 제네비에브를 기리기 위한 성당으로 세워졌으나, 이후 위대한 인물들을 기념하는 장소로 바뀌었다. 빅토르 위고, 마리 퀴리, 장 자크 루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안치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시간 관계상 내부에 들어가 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