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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 2022년 6월 4일
이날의 일정은 정말 강행군이었다. 나는 친구와 함께 새벽 4시에 일어나 이탈리아 접경 지역인 루가노로 향했다. 이곳에서 그 유명한 베르니나 특급을 타야 했기 때문이다. 몸은 비록 피곤했지만, 도착한 루가노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피로가 조금 풀리는 듯했다.
워낙 이른 시간에 도착한 탓에 루가노 거리는 인적이 드물고 고요했다. 알프스 산맥의 작은 마을에서 느껴지는 이러한 적막함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나와 친구는 약 1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 루가노 마을과 호수 주변을 둘러보았다. 루가노 호수의 푸른 물결과 알프스 산록이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후 이탈리아 티라노(Tirano)로 향하는 고속버스를 탔다. (베르니나 익스프레스에 포함된 구간이다.) 버스 창밖으로 꼬모 호수를 따라 늘어선 이탈리아의 산악 마을들이 보였는데, 그 마을들은 하나같이 아기자기하고 정말 예뻤다.
티라노(Tirano)는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Lombardia) 지역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알프스를 관통하는 베르니나 익스프레스의 출발지이자 도착지로 유명하다.
티라노에 도착한 뒤 약 1시간 반 정도의 여유 시간이 있었는데, 나와 친구는 간단히 점심 식사를 마친 후 곧바로 베르니나 익스프레스에 몸을 실었다.
베르니나 익스프레스(Bernina Express)는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세계적인 관광 열차로, 알프스를 가로지르며 장엄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체르마트(Zermatt)와 티라노(Tirano)를 잇는 노선 중 일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열차는 대형 파노라마 창문을 갖추고 있어 승객들이 웅장한 산맥, 빙하, 푸른 호수, 그리고 아기자기한 마을들을 편안히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느긋한 속도로 운행되는 덕분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최고 지점인 베르니나 고개(Bernina Pass)는 해발 2,253미터에 이르는 곳으로, 베르니나 익스프레스의 가장 인상적인 구간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아쉽게도 눈이 보이지 않아 다소 휑한 느낌이었다.
이 열차는 여러 고가교와 터널을 지나며 알프스 산맥의 극적인 풍경을 선사했는데, 특히 많은 다리가 깊은 계곡 위를 가로지르며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티라노에서 출발한 우리는 마침내 종착지인 쿠어(Chur)에 도착했다. 쿠어에 도착한 후, 곧바로 다음 여정을 위해 제네바로 이동했다. 정말 힘든 하루였지만,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를 통해 알프스의 아름다움을 만끽한 경험은 만족스러웠다. 다만, 이 여행은 워낙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스위스를 하루 이틀 정도만 방문하는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