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 스페인 여행 계획
여행일: 12월 16일 ~ 12월 27일짧은 겨울방학을 맞아 대서양을 건너 리스본과 스페인을 여행하였다. 특히, 여행의 메인은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역이었으며, 알함브라 궁전을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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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포스트에서 이어집니다.)
여행일: 2024년 12월 16일
비행기에서 내리니 오전 8시쯤이었다. 공항에서 미리 예매해 둔 리스보아 카드를 수령한 뒤, 리스본 시내에 위치한 호텔로 향하였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지하철로 한 번만 환승하면 되었기 때문에 리스보아 카드를 이용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리스본 시내의 피게이라 광장에 도착하니 다양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있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오후 3시에는 리스본 시내 투어를 예약해 두었기 때문에, 투어에서 방문하지 않는 장소들을 먼저 구경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나는 그 유명한 28번 트램을 타고 세뇨라 두 몬테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트램 안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덕분에 트램 내부의 앤티크한 분위기와 좁은 언덕 골목을 오르며 바라본 리스본의 풍경을 매우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어 무척 만족스러웠다.
세뇨라 두 몬테 전망대에서 바라본 리스본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저 멀리 보이는 타구스 강과 언덕 위에 빼곡히 자리 잡은 주황색 지붕들이 어우러져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비가 잦은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날씨가 유난히 맑았던 덕분에 이러한 아름다움이 더욱 돋보였던 것 같다.
세뇨라 두 몬테 전망대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미라도루 다 그라사라는 전망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근처에 있는 그라사 성당(Graça Church)에도 들어가 보았다.
성당은 겉보기와 달리 약간 더 컸지만, 다른 유럽의 성당들에 비해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었다. 다만, 소정의 입장료를 내면 무료 음료를 제공받고 성당의 지붕에 올라가 리스본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했다. 그러나 근처의 세뇨라 두 몬테 전망대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므로, 굳이 돈을 내고 지붕에 올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후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 향한 곳은 상조르즈 성이었다. (리스보아 카드를 소지하면 입장이 무료이다.) 시내 투어에서는 상조르즈 성 내부를 관람하지 않기 때문에, 투어 전에 미리 내부를 둘러보고 싶었다. 이 성은 11세기에 무어인들에 의해 요새로 지어졌으며, 과거에는 왕궁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내부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유적지는 없었지만, 성 위에서 360도로 탁 트인 리스본의 전경을 방해 없이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나는 여유를 만끽하며 성곽을 한 바퀴 돌면서 풍경을 감상하고, 성 안에 있는 창을 통해서도 리스본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겼다. 여행 내내 느낀 것이었지만, 푸른 하늘과 주홍빛 지붕의 조합은 정말이지 완벽하게 어울리는 듯했다.
어느덧 투어 시간이 다가와 집합 장소였던 호시우 광장으로 향한 뒤, 가이드님을 만나 리스본 시내 투어를 시작하였다. 투어의 첫 방문지는 상 도밍고 성당(São Domingos Church)이었다. 이 성당은 여러 차례 지진과 화재 같은 재난을 겪은 것으로 유명하며, 그 과정에서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성당 내부의 불에 탄 기둥과 벽은 살짝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재난을 견뎌내고 오늘날까지 버티고 있는 강인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후에는 걸어서 무라리아(Mouraria)로 향하였다. 무라리아는 리스본의 가장 오래된 지역 중 하나로, 과거 무어인들이 거주했던 곳이라고 한다. 특히, 이 지역은 포르투갈 전통 음악인 파두(Fado)의 발상지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나는 파두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곳은 그저 리스본의 평범한 골목길처럼 느껴졌다.
다음으로는 상조르주 성 외부로 이동하여 가이드님의 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후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와 산루치아 전망대를 방문해 해질녘의 리스본 풍경을 감상하였다. 날씨가 워낙 좋아 석양에 물든 하얀 집들이 주홍빛으로 변해 지붕의 색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뒤에는 리스본 대성당으로 이동하였다.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외부에서 대성당 앞을 지나가는 트램의 사진을 찍으며, 가이드님으로부터 이 성당에서 열리는 특별한 결혼식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트램이 성당 앞을 지나가는 절묘한 순간은 리스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장면이었다.
투어의 마지막은 코메르시우 광장이었다. 리스본 코메르시우 광장(Praça do Comércio)은 과거 왕궁이 자리했던 곳으로, 1755년 리스본 대지진 이후 재건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광장은 웅장한 아우구스타 거리의 개선문(Arco da Rua Augusta)과 중심부에 자리한 조제 1세 동상이 주요 특징이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되어 있어 성탄의 들뜬 분위기가 가득했다. 이곳은 관광객들로 북적였으며,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과 다양한 상인들로 인해 더욱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광장을 둘러싼 일루미네이션 역시 밤에 코메르시우 광장을 방문해야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었다면 리스본에서 이런 풍경을 언제 감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 순간의 특별함을 온전히 만끽하며 하루를 뜻깊게 마무리하였다. 비행 시간에 이어 오전 8시부터 시작된 긴 일정 탓에 피로감이 상당했지만, 그래도 눈이 즐겁고 마음이 행복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