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포스트에서 이어집니다.)
여행일: 2024년 12월 22일
코르도바 역에서 오전 7시 30분 기차를 타고 마드리드로 향했다. 약 2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마드리드의 아토차 역에 도착했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숙소로 가서 짐을 맡긴 뒤, 마드리드 왕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드리드 왕궁(Palacio Real de Madrid)은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왕궁으로, 현재는 국가 행사와 공식 의식이 열리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18세기에 건축된 이 왕궁은 화려한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드리드 왕궁 내부는 화려함과 웅장함이 돋보인다. 특히 금빛으로 장식된 연회장, 예술적으로 설계된 왕실 예배당, 그리고 고풍스러운 샹들리에와 타피스트리로 꾸며진 홀들은 왕궁의 위엄을 잘 보여준다. 다만, 화려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알함브라 궁전과 같은 정교함과 섬세함은 부족하기 때문에, 비싼 입장료를 내고 구경할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는 마드리드 왕궁 입장권과 세트로 구매한 왕실 컬렉션 갤러리를 방문했다. 3층 정도 되는 건물에 스페인 왕가가 소유한 미술품들이 전시 되어있다.
스페인 왕궁을 나온 뒤 Plaza Mayor로 향했다. 이곳은 마드리드 중심부에 위치한 대표적인 광장으로, 정사각형 형태로 설계되어 있으며, 양쪽에는 아치로 이루어진 출입구와 붉은색 외벽의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광장 중앙에는 펠리페 3세(Felipe III)의 기마 동상이 자리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시장, 축제, 투우, 그리고 종교 재판과 같은 다양한 행사가 열리던 곳이었다고 한다. 내가 방문한 시기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있었고,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매우 활기찬 분위기였다.
레알 마드리드와 세비야의 경기 시간인 오후 4시가 다가오자 나는 지하철을 타고 캄프 누 경기장으로 향했다. 영국에서 프리미어 리그를 보러 갔을 때는 대중교통에 사람이 너무 많아 꽉 낀 채 이동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비교적 여유롭게 도착할 수 있었다. 경기장에 도착한 뒤, 한 바퀴를 돌며 경기장 외관을 구경하고 주변 상점들도 둘러보았다. 전반적인 느낌은 프리미어 리그에 비해 굿즈나 상점의 퀄리티가 다소 부족하다는 인상이었지만, 경기장의 독특하고 웅장한 외관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경기장 내부에서는 간식을 먹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상점 규모가 작고 종류도 별로 없어서 깔끔히 포기 하고, 바로 관중석에 앉았다. 외부의 웅장한 규모에 맞게 관중석에서 바라본 필드도 웅장했다.
경기는 4:2로 레알 마드리드가 승리했다. 후반전은 다소 루즈했지만, 전반전에는 여러 골이 터져 나와 보는 재미가 있었다. 경기 초반, 오랜만에 음바페가 선제골을 기록했고, 이어 발베르데와 로드리고가 차례로 골을 넣으며 경기를 흥미롭게 이끌어갔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알았는데, 이날은 세비야의 헤수스 나바스 선수의 은퇴 경기였다. (어쩐지 경기 시작 전에 무슨 트로피 같은 것을 건네주길래 뭔가 했더니 그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관중석이 거의 꽉 차 있었고, 홈팀 구역에서도 세비야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보이기도 했다. 뜻밖에 꽤나 의미 있는 경기를 볼 수 있어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저녁 식사를 한 후, 일루미네이션으로 장식된 마드리드의 거리를 산책했다. 스페인에는 워낙 매력적인 도시가 많아 마드리드는 개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 덕분인지 생각보다 매력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