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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 스페인 여행 - 프라도 미술관

skypainter 2025. 2. 3.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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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포스트에서 이어집니다.)

여행일: 2024년 12월 24일

오후에는 비행기를 타고 다시 리스본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오전에 프라도 미술관만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크리스마스이브라 다른 관광지는 문을 닫았지만, 프라도 미술관은 문을 열었다. 물론 평소보다 일찍 폐관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프라도 미술관(Prado Museum)에는 특히 스페인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인 고야(Goya), 벨라스케스(Velázquez), 엘 그레코(El Greco), 무리요(Murillo) 등의 작품이 주로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다면 다소 낯선 화가들일 수 있기 때문에, 가이드나 도슨트와 함께 관람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나 역시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미술관 가이드를 예약해 관람했다.

 

프라도 미술관 입구

 

참고로, 미술관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이 많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단 한 장도 찍을 수 없었다. 따라서, 앞으로 이 포스트에서 등장하는 그림들은 내가 촬영한 사진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투어는 1층에 전시된 티치아노와 틴토레토 등의 르네상스 시대 작품들부터 시작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틴토레토의 《세족식》(The Washing of the Feet) 이었다. 이 작품은 요한복음에 나오는 최후의 만찬 전,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장면을 묘사한 것으로, 틴토레토 특유의 극적인 원근법과 역동적인 구도가 돋보인다. 이를 통해 강한 긴장감을 부여했으며,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활용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강조했다.

특히, 이 작품은 원래 교회의 입구를 장식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라 특정한 시점에서 보면 더욱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설계되었다. 보는 방향에 따라 공간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림을 바라보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더욱 입체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세족식》 - 틴토레토

 

투어 중간에 짧은 쉬는 시간이 있어 프라도 미술관 내부의 카페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었다. 가격이 꽤 비쌌지만, 아침을 거른 탓에 배가 고파 빵과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가진 잠깐의 휴식 시간

 

쉬는 시간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1층에 남은 유명 작품들과 0층의 작품들을 감상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엘 그레코의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El caballero de la mano en el pecho)였다. 이 그림은 검은 옷을 입고 한 손을 가슴에 얹은 귀족 남성을 그린 것으로, 신비로운 분위기와 섬세한 표현이 돋보인다. 모델의 정확한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페인 귀족이나 기사단의 인물로 추정된다고 한다. 엘 그레코 특유의 길어진 인체 비율과 강렬한 명암 대비가 인상적이었으며, 인물의 고결함이 강하게 느껴져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물렀다.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 - 엘 그레코

 

다음으로 인상 깊게 감상한 작품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의 《시녀들》(Las Meninas) 이다. 이 작품은 스페인 국왕 펠리페 4세의 딸, 마르가리타 공주를 중심으로, 시녀들, 난쟁이, 개, 그리고 왼쪽 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 자신까지 등장하는 독특한 구도로 구성되어 있다.

벨라스케스는 작품 속에 자신을 직접 그려 넣었으며, 가운데 거울 속에 비친 국왕 부부의 모습은 이 그림이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라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암시한다. 화면 구성과 시선의 배치가 매우 독창적이며, 빛과 공간의 표현이 탁월한 작품이다. 또한, "회화 속 회화" 라는 개념을 탐구한 혁신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그림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누가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지, 중심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해석 중 하나는, 벨라스케스가 국왕 부부의 초상화를 그리던 중 마르가리타 공주가 방에 들어왔고, 시녀들이 국왕 부부의 눈치를 보며 공주를 데리고 나가려는 순간을 포착한 장면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들 덕분에 그림 속 숨겨진 이야기들을 상상하며 감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시녀들》 - 벨라스케스

 

또 다른 스페인의 대표 화가인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의 작품, 《옷을 입은 마하》(La Maja Vestida)와 《옷을 벗은 마하》(La Maja Desnuda)는 서로 짝을 이루는 작품으로, 프라도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이다.

두 그림은 같은 여성을 동일한 포즈로 그렸지만, 하나는 옷을 입은 모습으로, 다른 하나는 옷을 벗은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옷을 벗은 마하》는 당시 유럽 회화에서 보기 드문 정면을 향한 나체화로, 고야가 이 작품 때문에 스페인 종교재판소의 조사를 받을 정도로 논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림 속 여성의 정체에 대해서도 여러 설이 있는데, 가장 유력한 가설은 마누엘 고도이(Manuel Godoy)의 연인이었던 알바 공작부인(Duchess of Alba) 이라는 설이지만, 정확한 인물은 밝혀지지 않았다.

 

(위) 《옷을 입은 마하》 (아래) 《옷을 벗은 마하》 - 고야

 

이외에도 뒤러의 《자화상》, 보쉬의 《쾌락의 정원》,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 루벤스의 《미의 세 여신》 등 독특하고 인상적인 작품들을 감상했는데, 하나같이 정말 멋진 작품들이었다. 특히, 가이드님의 설명 덕분에 각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와 시대적 배경을 깊이 이해할 수 있어 더욱 뜻깊은 경험이 되었다.

미술관 투어는 오후 1시 반쯤 종료되었다. 개인적으로 미술관을 더 돌아다니며 다른 작품들도 감상하고 싶었지만, 이날은 크리스마스이브였기 때문에 프라도 미술관이 오후 2시에 폐관하여 아쉽게도 미술관을 떠나야 했다. 아쉬운 마음에 미술관 근처를 서성이며 시간을 보내다가, 고야의 동상 앞에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프라도 미술관 앞 고야 동상

 

나는 개인적으로 프라도 미술관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작품들도 상당히 인상 깊게 감상했기 때문에 기념품을 몇 개 구입해 보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았는지 기념품 숍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어 꽤 오래 줄을 서야 했다. 내가 선택한 기념품은 책갈피로, 엘 그레코의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와 루벤스의 《미의 세 여신》을 바탕으로 만든 것들이다.

 

프라도 미술관 기념품

 

이렇게 스페인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리스본으로 돌아갔다. 마드리드는 다른 스페인 도시들에 비해 볼거리가 다소 부족할 수도 있지만, 프라도 미술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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