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 2024년 4월 17일
이 날은 대체로 맑은 날씨 덕분에 여행하기에 좋았다.
전날 게스트 하우스에서 추천받은 에딘버러 성 투어(34파운드)를 신청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집합 장소로 이동했다. 투어는 영어로 진행되었고, 약 12명의 관광객이 함께 했다. 가이드는 성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걸으며 에딘버러의 역사와 성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에딘버러 성의 외관은 내가 예상했던 것만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투박한 모습이 오히려 에딘버러와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월터 스콧의 작품을 읽고 성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성 내부도 외부와 마찬가지로 투박했다. 대부분의 기능이 방어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성 안에는 여러 개의 문이 있었고, 적의 침입을 어렵게 하기 위해 경사도 계속되었다. 가이드는 성에 얽힌 스토리와 왕 및 여왕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해주었다. 성 안에는 메리 여왕(Mary, Queen of Scots)이 출산한 아주 작은 침실도 있었는데, 그녀의 비참한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에딘버러 성 투어를 마친 후 나는 아서스시트(Arthur's Seat)로 향했다. 아서스시트는 아주 오래 전 화산 활동과 이후 빙하의 침식으로 형성된 높은 언덕이다. 이곳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에딘버러의 전경과 북해가 아름답다고 하여 올라가보기로 했다.
올드타운에서 20~30분 정도 걸어가니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난의 하이킹이 시작되었다. 경사도 꽤 있고, 비가 내린 뒤에는 바위가 미끄럽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했다.
정확한 하이킹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넉넉잡아 1~2시간 정도 (정상에서 쉬는 시간 포함) 소요한 것 같았다.
아서스시트로 오르는 길은 가시금작화(Gorse)로 가득했다. 척박해 보이는 바위 산에 노란 꽃이 만개해 있어 스코틀랜드의 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한국의 벚꽃을 보며 느끼는 봄의 따스함과는 달리, 스코틀랜드의 봄은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서스시트 정상은 아름다웠다. 탁 트인 시야에 에딘버러 시내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고, 올라온 길을 따라 핀 꽃들과 푸른 잔디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나는 정상에서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하산했다.
그리고 하이킹으로 피곤해 바로 숙소로 돌아가 하루를 조금 일찍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