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포스트에서 이어집니다.)
여행일: 2024년 11월 8일
아침부터 몽로얄 공원에 가기 위해 산을 오른 날이었다. 맥길 대학교에서 시작해 정석대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지만, 우리는 길을 잘못 들어 뒷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약 20~30분 정도 걸으니 몬트리올의 도시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몽로얄 공원에 도착했다. 날이 다소 흐리긴 했지만, 구름 사이로 비치는 태양빛이 도시를 은은하게 밝혀주는 풍경이 오히려 몬트리올이라는 도시의 분위기와 꽤 잘 어울리는 듯했다.
몽로얄에서 내려오는 길은 정석적인 루트를 택했다. 이 길을 따라가면 맥길 대학교를 통과하게 되는데, 캠퍼스가 이뻐서 내려가면서도 사진을 여러 장 찍게 되었다. 어느새 하늘을 뒤덮었던 구름들도 바람에 밀려 푸른 하늘을 드러내게 되었다.
몽로얄에서 내려온 뒤에는 전날 방문했던 St. Paul 거리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해가 떠 있는 낮 시간에 거리를 걸으며 카페에 들르거나 상점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밤의 일루미네이션이 없어서 따뜻한 분위기는 덜했지만, 많은 사람들로 북적여 활기찬 느낌은 여전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St. Paul 거리를 지나 올드 포트로 향했다. 이번에는 낮 시간의 올드 포트 풍경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뜻밖의 행운을 마주했는데, 잠시 내렸던 비 덕분에 사진처럼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하얀 시계탑과 옆으로 흐르는 세인트 로렌스 강, 그리고 무지개가 어우러져 매우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저 멀리 보이는 구름을 사이에 두고 위와 아래의 하늘 색이 미묘하게 다른 모습도 무척 신비로웠다.
겨울의 몬트리올 날씨는 정말 예측할 수 없었다. 올드 포트에서 바로 옆 거리로 이동하자마자 흐린 구름이 다시 우리를 맞이했다. 잿빛 하늘 아래 펼쳐진 올드 포트의 거리와 땅에 떨어진 낙엽들이 어우러져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예매 해놓은 노트르담 성당의 AURA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성당 쪽으로 이동하였다. 노트르담 성당은 공연 없이 성당만 입장하는 요금이 16달러로 다소 비싼 편이며, 성당의 규모를 감안하면 지불한 금액이 기대에 비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여행 중 노트르담 성당을 방문했던 나는 그런 경험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차라리 돈을 2배 더 주고 공연도 관람하며 성당 내부도 구경할 수 있는 AURA를 예매한 것이었다.
노트르담 성당 AURA 공연 예매는 아래 사이트에서 할 수 있으며, 오후 6시와 8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성인 요금 38달러). 내가 방문했을 때는 비수기라 당일 예매가 가능했지만, 성수기에는 미리 예매하는 것이 좋다.
성당에 들어서자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의 조명이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평소에는 푸른빛 조명이 켜져 있었지만, 이번에는 보랏빛 조명이 성당을 은은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공연을 예매하면 이런 특별한 경험도 제공되다니! 지불한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AURA는 빛을 활용한 공연이라 휴대폰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사진이나 영상을 남길 수 없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공연은 약 30분 정도 이어졌는데, 빛을 통해 몬트리올의 사계절을 표현하는 등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느꼈다.
공연이 끝나자 평소의 조명이 켜지며 노트르담 성당 내부를 환히 밝혔다. 친구와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성당 내부를 둘러본 뒤, 바로 성당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