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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 2024년 11월 9일
몬트리올에서 아침 8시 20분 기차를 타고 퀘벡 시티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 날이었다. 약 3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오전 11시 30분쯤 퀘벡 시티의 기차역(Gare du Palais)에 도착하였다. 일기 예보를 참고해 가장 맑은 날을 골라 기차표를 예매했기에, 도착한 퀘벡 시티의 날씨는 정말로 청명하였다. 몬트리올로 돌아오는 기차는 오후 5시 40분 출발이었으므로,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관광 시간은 약 5시간이었다. 친구는 혹시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이미 퀘벡 시티를 여행해 본 내 경험으로는 5시간이면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라 예상하였다.
점심을 해결한 뒤, 우리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퀘벡 시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샤토 프롱트낙(Château Frontenac)이었다. 웅장한 성을 연상시키는 이 호텔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건축물일 뿐만 아니라, 세인트로렌스 강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 탁 트인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이런 매력 덕분에 샤토 프롱트낙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진이 찍힌 호텔로 손꼽힌다. 이런 곳에서 하루 묵으면 참 좋겠지만, 숙박비가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돈이 궁한 우리 박사생들은 외관을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샤토 프롱트낙 옆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호텔의 다양한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가까이 감상할 수 있다.
가까이에서 샤토 프롱트낙을 감상했다면, 이제는 세인트로렌스 강과 함께 어우러진 전경을 즐길 차례였다. 나와 친구는 피에르 뒤가 드 몽 테라스(Pierre-Dugua-De-Mons Terrace)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파른 언덕을 힘겹게 오르고 나면, 아래 사진과 같은 장관이 펼쳐진다. 날씨가 너무나 청명했던 덕분에 새파란 하늘과 세인트로렌스 강의 색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했다.
그 후에 샤토 프롱트낙을 뒤로 하고 올드 퀘벡의 가장 아름다운 거리인 프티샹플랭 거리로 향했다.
언덕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사람들이 북적이는 계단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목이 부러지는 계단(Escalier Casse-Cou)이다. 무서운 이름과는 달리 계단은 그리 가파르지 않고, 난간도 잘 설치되어 있어 안전하다. 이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아기자기한 매력으로 유명한 프티샹플랭 거리로 이어진다. 계단 꼭대기에서는 프티샹플랭 거리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내려가기 전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프티샹플랭 거리에는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작은 골목길 곳곳에는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었고,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려 있어 거리 전체가 들뜬 분위기로 가득했다.
프티샹플랭 거리를 지나 더 내려가면 퀘벡 시티의 프레스코 벽화를 마주하게 된다. 건물 옆면을 가득 채운 이 벽화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매력을 자랑한다. 퀘벡 시티의 주요 인물, 건축물, 일상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전 퀘벡 방문 당시에는 보수 공사로 인해 벽화를 볼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
어느덧 해질녘이 되어 우리는 오렌지빛으로 물든 세인트로렌스 강과 그 건너편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기온이 내려가 더 추워졌지만, 노을이 만들어낸 따뜻한 색감 덕분에 풍경은 오히려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대략 관광을 마치고 나니 약 1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우리는 프티샹플랭 거리 근처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해가 지고 조명이 들어온 거리를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둠이 내려앉고 하나둘 조명이 켜지자, 프티샹플랭 거리는 기대했던 대로 단아하고 아늑하게 빛났다. 따뜻하면서도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을 충분히 만끽한 뒤, 우리는 몬트리올로 돌아가는 기차에 올랐다.